이주호 교과부 장관, 일선 학교 생활지도 담당교사들과 간담회 개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학교폭력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서 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 담임을 선생님들이 서로 안 맡으려고 한다. 교사의 통제가 먹히지도 않고, 학부모들도 교사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강기원 인천 불로초등학교 교사)
"잘못을 했을 때 어떤 징계를 받는지 학생들이 훤하게 꿰고 있다. 학교내 봉사 등 장계가 가볍게 돼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 이상을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출석정지' 등의 처벌을 학생들이 좋아한다. 반성의 시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구속에서 벗어난 거라고 생각한다."(이한배 서울 난곡중학교 교사)
초·중·고에서 학생지도를 담당하는 12명의 교사들이 17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을 방문했다.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적·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개혁할 부분이 많다"면서 "범부처·범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학교폭력 예방 운동을 추진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일선에 있는 선생님들의 의견을 기탄없이 듣고 여러가지 방안을 폭넓게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학교폭력에 대한 원인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온 가운데 교사들은 현실로는 학생들을 지도·상담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동진 서울 청평고 교사는 "교사들이 상담시간만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도 문제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박주식 서울 숭인중 교사도 "학급당 교사수가 절대 부족해 학생들을 상당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방명환 인천 진산중 교사는 "초등학교부터 인성교육을 체계적, 전문적으로 실시해야한다"면서 "초·중·고 학생들이 각각 가치관이 다른 만큼 학년에 맞는 생활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길 인천 부일여중 교사는 "교사들이 가장 희망하지 않는 부서가 '학생부'이다. 체벌도 민원 때문에 없어진 상태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담임의 '무기'가 없다"면서 "95%의 아이들은 착하지만 나머지 5%의 아이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밖에 교사들은 예체능 수업시간 확대, 상담 프로그램 증설, 술·담배 판매 제재, 학부모 교육 확대, 생활지도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을 건의했다. 이 장관은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교사들이 학생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범적인 지도사례를 발굴해 우수학교 및 교원에 대해서는 기관표창, 수석교사 선발시 우대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