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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증권 갑을관계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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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해부<하>모범규준 재정립할 때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지난 2008년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부회장이던 그가 증권사로부터 1만6000달러 상당의 공짜 티켓 등을 제공받은 사실이 발각돼 2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은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와 관련해 피터 린치를 포함한 피델리티 전·현직 임직원 9명에게 뇌물수수혐의로 총 8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피터 린치가 공짜 티켓을 받아내고, 그 죄로 벌금을 낸 것 모두 운용사와 증권사의 ‘갑을관계’ 영업행태와 관련이 있다. 이는 국내 증권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이 갑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소프트달러 모범규준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현실적으로 위탁매매수수료 안에 포함된 소프트달러를 구분해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비용으로 따로 인식한 적이 없어 가치를 따질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해외에서는 선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관련사항을 공개토록 해 운용사가 임의로 물량을 조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은 이미 관련 기준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한 상태다. 미국 SEC는 관련 조항을 통해 소프트달러로 지급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를 명시하고 각 사의 관련 정책과 실행 절차, 내역 등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 하고 있다. 영국도 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는 주식 주문에 따른 수수료와 관련된 모든 내역을 정해진 규정에 맞게 작성해 연 1회 이상 투자자에게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호주, 홍콩, 싱가포드 등도 모두 관련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이 지출하는 소프트달러 규모도 상당한 만큼 개선을 통한 효과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지불하는 순수 위탁매매수수료를 제외한 소프트달러 규모만 연간 7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손 연구원은 우선 주식 위탁매매수수료율을 0.1%로 가정해 지난 지난해 상반기(3~9월) 기관투자자가 총 4188억원의 비용을 수수료로 지불했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수수료 0.1% 중 소프트달러 비중을 0.085%로 봐 기관투자자들이 상반기 3560억원 수준의 소프트달러를 지출했다고 계산했다. 연 7000억원은 증권산업 전체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의 약 15%에 달하는 규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달러 선정 기준을 명확히하면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불법적인 관행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개선을 통해 갑자기 수십, 수백억이 절감되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그 이익은 모두 펀드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증권사 리서치 부문의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다는 평가다. 손 연구원은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리서치업계 전체의 경쟁력 향상도 꾀할 수 있다”며 “소프트달러 선정 기준이 공개되고 개선이 마무리되면 각 증권사가 리서치 능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투명한 영업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율을 다 구분해서 공시하는 것이 어렵다면 우선 선정기준만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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