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세청으로부터 16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했던 '구리왕' 차용규씨가 세금을 한 푼도 물지 않게 됐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차씨가 "국세청이 역외탈세 세무조사에 따라 세금 약 1600억원을 부과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청구한 과세 전 적부심사에서 차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차씨 사건을 심의한 국세청의 적부심사위원회는 "국내 거주일수(1년에 약 1개월)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차씨의 행위를 역외탈세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득세법상 국내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한다. 국외에 거주하더라도 가족이나 재산 등 생활근거가 국내에 있을 경우는 국내거주자로 본다. 하지만 차씨의 주장이 과세적부심사에서 받아들여짐에 따라 국세청이 별도의 과세 근거를 내놓지 않는 한 세금 부과는 어렵게 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 차씨가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 채광·제련 업체인 카작무스의 주식을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로 명의를 돌린 후 주식을 매각해 얻은 1조2000억원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이후 국세청은 차씨에게 1600억원의 세금추징을 결정했고 차씨는 이에 반발해 과세적부심사를 제기했었다.
이번 적부심사위 판정으로 국세청의 역외탈세 강화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차씨 건과 상관없이 역외탈세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