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호황' 獨 실업률 20년 최저 vs '부채위기' 스페인 실업률 15년 최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존 1, 4위 경제대국인 독일과 스페인의 지난달 실업률이 각각 20년 만에 최저치와 15년 만에 최고치라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이같은 양국의 극단적인 실업률 차는 북유럽과 남유럽이 처한 경제여건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는 것이며 유로존 통합까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20년만에 가장 낮은 6.8%로 집계됐다. 반면 스페인의 12월 실업률은 5개월 연속 상승하며 23%에 육박해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25세 이하 스페인 청년층 실업률은 50%에 육박했다.
독일의 구직자 수는 297만6000명으로 줄어든 반면 스페인의 구직자 수는 442만명으로 늘어났다. 스페인은 지난 2007년 약 10년 동안 계속되던 주택건설업 호황이 갑작스럽게 끝났고 곧바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실업자 수가 지난 4년간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독일과 스페인의 실업률 지표가 두개의 속도로 움직이는 유로존을 뚜렷이 보여줬다고 4일 지적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해 10월 실업률은 10.3%였다. 10월 기준으로 북유럽의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의 실업률은 7%대에 머물렀고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4.8%에 불과했다. 유로존 실업률을 높인 곳은 남유럽 국가들이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유로존 국가들 중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그리스가 18.3%, 포르투갈이 12.9%였다.
실업률의 극단적 차이는 소득차를 유발하고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3일 독일 자동차 제조협회는 지난해 독일의 신차 등록 대수가 320만대를 기록해 전년대비 9%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우디는 올해 독일에서 1200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의 지난해 신차 등록 대수는 18% 하락해 80만8059대에 그쳤다. 스페인의 신차 등록 대수는 최근 3년 연속 100만대를 밑돌았다.
이와 같은 남유럽과 북유럽의 현격한 경제력 차이는 부채위기 이후 유로존 붕괴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독일이 위기를 잘 극복하는 이유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즈니스유럽의 맥심 세루티 이사는 "위기가 오기 전에 노동시장 개혁을 할 수 있었던 국가들이 현재 위기를 훨씬 더 잘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위기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도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을 개혁 등의 조치를 취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의 로날드 얀센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위기는 긴축조치로 인해 공공부문 소득과 일자리가 타격을 받을가장 불량한 국가들에서 잉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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