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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잡아!” 선거의 해, 기업의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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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again 2012] 세계 선거의 해 '정치와 경영'
59개國 대선정국··주가·경기 롤러코스터 탔다
주요교역국 美.英 12개국 선거 영향
GDP·주가 '동반 상승'
국내는 정반대 움직임 '동시 하락'
기업들 골목상권 정보수집으로 대응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최근 들어 대기업 영업사원들은 고객사와의 미팅에 앞서 해외 지사ㆍ대리점 등에서 올라온 정보를 습득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협상의 목적은 거래의 타결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업무 이외의 대화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 영업사원들이 요즈음 관심 있게 보는 주제는 바로 정치, 선거다.


대기업 영업담당 임원은 "조선ㆍ철강ㆍ플랜트 등 거액의 돈이 드는 거래인 경우 현지 시장의 정치적 현안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협상에 큰 도움이 된다"며 "대형 프로젝트는 정부에 의해 결정되고, 금융ㆍ인력 등 사업에 필요한 요건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거의 해'인 2012년 들어 이 같은 상황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193개 국가중 무려 59개 국가에서 대통령 등 최고 권력자를 뽑는 선거를 실시한다. 유럽ㆍ미국발 경기 침체에 따른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대적인 권력 이동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올해가 '최악'이 될지, '최고'가 될지에 대해 어떤 의견도 쉽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교역량의 절반 넘어= 지난달 23일 대형 조선업체 한 고위 임원은 한국을 방문한 거래사 최고경영자(CEO)와 점심식사를 나누던 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뜬 사망 속보에 모든 사업적인 대화는 즉시 중단됐고 향후 한반도 상황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이 임원은 "당시 이 CEO는 즉각 북한과 관련한 한국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고 그 수준도 상당히 세밀한 부분에까지 짚어나가 적잖게 당황했다"면서 "선박은 발주 후 인도까지 수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주들은 한국 본토의 분위기가 어떤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곤 하는데,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기업인들은 거래처의 걱정을 잠재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거가 왜 기업에게 이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상위 10대 수출국중 선거를 치르는 국가는 중국, 미국, 대만, 인도 등 4개국, 30위권에는 멕시코, 러시아, 터키 등 7개국에 달한다. 대통령 선거 등 일정이 확인된 16개국이 한국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2010년 기준)은 41.9%에 이른다. 수출은 47.8%, 수입은 35.5%다. 선거를 치르는 모든 국가를 합하면 그 비중은 50%를 뛰어넘는다.


내수시장이 비좁은 한국은 수출이 멈추면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1990년 51.1%에서 2010년에는 88% 전후까지 치솟았다. 올해에도 수출로 사업의 활로를 뚫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다양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각국 기업, 정부, 소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인내의 시간을 참고 만들어낸 인맥들은 성공의 보증수표다. 그런데, 선거는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를 하루 만에 단절시킬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큰 이벤트다.


특히 지난해 경제적 빈곤에 허덕이던 이들이 시위자로 변해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올해 '유권자'의 자격으로 권력자들을 심판하게 된다. 이들은 바로 기업의 성장에 기여해온 '소비자'들이다.


◆골목 상권까지 정보 수집= 정치적 바람이 어떻게 부는가에 따라 기업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보니 각 기업 최고 경영진들은 수많은 경영 시나리오중 "이것이 나아갈 길이다"라고 어느 하나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지사망을 가동해 현지에서 보내오는 정보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집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매출의 80% 이상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 해외전략 담당 임원은 "하다못해 각국의 골목 상권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해외 주재원들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감안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론은 어떻게 변할 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보를 받아볼 수록 더욱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선거가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정할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이 많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관련 보고서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07년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대통령 선거와 경기 및 주가'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대체로 대선(내각제의 경우 총선)이 있는 해에는 경기 및 주가가 좋아지고 그 다음해에는 나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즉, 평균적으로 선거가 있는 해에 GDP 성장율이 장기 추세선에 비해 0.35%p 높아졌으며, 국채(5년물)수익률은 0.02%p 하락했고, 주가는 3.02%p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가 있는 해에는 미국 등 12개국의 GDP 성장율과 주가가 동시에 상승한 반면, 한국ㆍ프랑스ㆍ스위스 등 3개국에서는 두 지표가 동시에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은 선거 다음해에도 역시 두 지표가 낮아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과 현지 진출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각국에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파악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될 것"이라면서 "포스코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일단 현지 상황에 맞춰 서 너개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돌발 변수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 밖에는 뚜렷한 전략을 밝힐만한 게 없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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