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하우스푸어(집은 있지만 대출금 상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이어 최근에는 '렌트푸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득달같이 오르는 전세금, 또는 월세 갈아타기로 궁핍해진 사람을 이르는 말이 렌트푸어다. 주택시장에서는 내년에 전월세 대란의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가 나온다. 경기침체 속에 렌트푸어가 급증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전세난 예상의 근거는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의 격감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내년 전국의 입주 예정 아파트는 16만9103가구로 평년(2008~2011년 4년간의 평균)의 62% 수준이다. 서울은 특히 심각해 내년도 입주 물량이 평년의 49%인 1만9282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의 3만6977가구에 비해서도 1만7000가구 이상 적다. 경기도는 평년의 66% 정도로 서울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주택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예고다.
신규 입주 주택의 감소와 더불어 주택 규모의 불균형도 불안 요인이다. 내년 입주물량 중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 아파트는 11만여가구로 전체의 66%에 이른다. 서울은 71%가 소형이다. 중대형보다 소형 주택을 많이 짓고 있는 것은 노령화, 저출산 등으로 1ㆍ2인 가구가 늘어난 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방향은 맞지만 일시에 물량이 줄어들다 보니 균형이 깨져 중대형 전월세 아파트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또 하나의 현실이다. 내년 입주물량에 비춰볼 때 중대형 전세 주택의 부족 현상은 한층 깊어져 전세난을 부채질할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1년간 14.5% 상승, 소비자물가의 3.5배가 올랐다. 대형보다는 소형과 중형의 전셋값이 더 뛰었다. 서민 세입자의 부담이 무거워졌다는 얘기다. 급등한 전세금을 구하려고 추가 대출을 받거나 월세로 갈아타면서 렌트푸어가 탄생하는 것이다.
내년은 이사가 많은 짝수 해다. 전세난까지 가세한다면 서민경제가 어떻게 될지 불문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대란에 헛발질만 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확실하게 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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