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지난해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로 북한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세간의 시각은 바로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한 것이다. 부담스러워 하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다수의 예상대로 북한의 손을 들어주었다. 세계의 온갖 비난이 중국에 쏟아졌다.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중국의 안방까지 항공모함을 끌고 가 시위했다. 그래도 중국은 할 말이 없었다. 예상했던 결과였고 반발할 명분도 별로 없었다.
중국이 겪은 수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중국의 위세에 눌려 움츠리고 있던 주변 국가들이 미국의 세를 등에 업고 들고일어났고, 결국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치달았다. 6월8일 남중국해상 중국 순시선이 베트남 원유 탐사선 케이블을 또다시 절단하자(5월26일 1차 절단) 베트남이 크게 반발해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징병 관련 법령을 발표했다. 남중국해 근처에서 대규모 실탄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대만ㆍ필리핀 등 다른 국가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미국도 이 기회에 베트남ㆍ태국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면서 간섭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복귀하면서 중국 포위 전략을 가동한 것으로 보았다.
지난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1994년 이후 17년간 북한을 주무르던 절대 권력자가 한 시대를 마무리했다. 세계는 잠시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다가 다시 중국을 주시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중요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은 가장 먼저 북한에 조의를 표시하고, 당ㆍ정ㆍ군 합동으로 '김정은 영도체제 아래'라는 표현을 써가며 현 후계체제를 공식 인정했다. 이는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 내부에서 생길 수 있는 동요와 외부세력의 침투 시도를 사전에 재빨리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중국은 언제든지 북한을 품고 간다는 것이 또다시 입증되었다.
중국은 왜 매번 북한을 두둔하는 것일까. 중국이 불필요한 북한 사태 개입을 꺼린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북ㆍ중 자동 군사개입 관련 조약이다. 북한과 중국이 50년 전 체결한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북ㆍ중 우호조약) 제2조는 '일방이 외부의 무력침공으로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방은 전력을 다해 바로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에 위기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이 변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탈북자들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
둘째, 중국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한반도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10월 차세대 지도부 2인자 리커창 부총리가 북한과 남한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는 친미 성향의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의 포위 전략에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한반도까지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가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경제적으로 북한을 예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북ㆍ중 무역은 35억달러로 북한 대외무역의 83%를 차지한다. 2005년(53%) 대비 30%포인트 증가했다. 한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이렇게 높다는 것은 다른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남한도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앞으로도 우리가 중국과 북한을 멀리할수록 그들은 서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그리고 지속될 것이다. 이제는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제대로 붙들어 두어야 하지 않을까. 미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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