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조문 문제를 결론 지었다. 조의는 표명하되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기로 했다. 조의 표명은 김 위원장이 아닌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조문단도 과거 북한으로부터 조문을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만 답례 형식으로 선별 허용했다. 정부의 신속한 입장 정리는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때 겪었던 남남갈등의 재연을 막자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의 결정이 보수ㆍ진보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렵겠지만 과거에 비해 유연해진 것으로 적절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조문은 시기와 형식, 수위가 중요하다. 중국은 어제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주중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애도전문을 통해 "조선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며 북한의 새 지도체제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다. 미국도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형식으로 조의를 표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을 원한다"는 말로 김정은 체제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북한 김정일 시대의 종언은 남ㆍ북한 모두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북한으로선 폐쇄통치의 연장이냐, 개방ㆍ개혁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남한에는 꽉 막힌 남북관계에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선택의 시점이다. 새 지도체제가 정착되지 않은 불안정한 시기에 필요 이상으로 북한을 자극할 경우 강경파가 득세하고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미국ㆍ중국 등 주변국들이 한반도 정세의 급변 상황을 우려하며 안정적 관리에 나서는 형국에서 당사자인 우리도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ㆍ중국 등 주변국과 긴밀하게 협조하며 북한 체제의 연착륙을 지원함으로써 보다 개방ㆍ개혁적인 정권으로 유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북한 경제의 대중국 예속이 더 심화되기 전에 남북경협을 되살려야 한다. 세계는 지금 통치자가 사망한 북한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다. 현 정부의 보다 유연한 사고와 신축적이고 인내심 있는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