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임시국회 개회에 합의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가동한 것을 시작으로 국회 일정에 들어갔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후 공전하던 국회가 한 달 만에 정상화됐다. 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돌연한 사망으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국회를 더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여야가 공감한 결과다.
이유야 어떻든 더 늦기 전에 국회가 정상화된 것은 다행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 외에도 국회가 살피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상황이어서 내년도 예산의 조기 집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해를 넘기지 말고 올해 안에 예산안을 처리해 줘야 한다. 한ㆍ미 FTA로 피해를 입게 될 농수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부문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엿보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도 시급하다. 이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에 치명적인 흠집을 낸 사건이다. 게다가 여당 의원 비서들과 청와대 행정관까지 관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에만 맡겨둘 수 없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하니 조금은 더 지켜볼 일이지만, 결국은 여야가 국회 차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여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종합편성채널의 방송 개시로 초래된 언론광고 시장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미디어렙법 제정,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드러난 정부의 취약한 대북 정보수집 능력, 최근 해경의 목숨까지 앗아간 중국 어선들의 서해 불법조업에 대한 대책 등도 해를 넘기기 전에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거나 따져야 할 사안들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박근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한나라당과 부분적 야권 통합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당명까지 바꿔 단 민주통합당이 의정활동으로는 첫선을 보이는 무대다. 실질적인 회기는 열흘 안팎으로 짧지만 그 기간에 새로운 체제에 대한 국민의 첫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양당은 명심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