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이달 세계에서 9번째로 교역규모 1조달러의 국가가 되었다. 경제개발 50년 만에 달성한 큰 기록이다.
우리나라는 1946년 350만달러로 출발해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후 1971년 10억달러, 1977년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수출 급성장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올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5000억달러를 넘기면서 65년 만에 수출액은 10만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수출품이 오징어, 텅스텐 등 농수산ㆍ광물자원에서 섬유ㆍ의복ㆍ신발, 자동차ㆍ정보기술(IT) 등 제조업으로 변화하는 데는 산업단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산업단지는 국가산업정책을 담는 그릇으로서 제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1962년 울산공업지구 개발과 1964년 서울 구로동의 한국수출산업 공업단지 개발로 시작된 산업단지는 지난 6월 말 현재 총 928개소가 지정돼 있다. 지정면적은 1344.6㎢로 남한면적의 1.3%에 이른다. 이들 산업단지에서는 총 5만8761개 업체가 총 157만6968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생산액은 약 844조3510억원, 수출액은 3431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이들 산업단지가 생산, 수출, 고용 측면에서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2009년 말 현재 산업단지가 제조업 총 산출액의 62.3%, 총 수출액의 77.1%, 제조업 종사자의 45.1%를 차지한다. 전체 제조업에서 산업단지 내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에도 산업단지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단지의 성과는 괄목할 정도지만 현재 산업단지 정책이 안고 있는 과제는 결코 적지 않다. 지난 5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신규개발 위주의 산업단지 개발정책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지속적인 생산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존 산업단지의 유지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앞으로 산업단지 재생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존 산업단지는 기업 간, 산업 간, 인력 간 네트워크가 잘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도시 내에 입지한 산업단지의 경우 비싼 땅값에 맞는 용도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등의 재생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 산업단지 재생사업은 문제 지역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며, 옛것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산업단지 재생사업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사회적 재생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문화ㆍ복지ㆍ교육환경을 쇄신하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사람을 위한 재생사업이다. 둘째, 경제적 재생을 위한 사업이다. 기업이 생산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도록 신산업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권을 되살리고 시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는 기업을 위한 재생사업을 말한다. 셋째, 환경적 재생을 위한 사업이다. 토지이용을 고도화하고 건축물이나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도로, 하천, 공원 등 인프라를 구축하여 도시의 어메니티(amenity)를 높여나가는 도시를 위한 재생사업이 그것이다. 산업단지 재생사업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재생을 통하여 국가 및 지역경제를 재생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무역규모 2조달러 시대에 대비하려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였던 산업단지의 역할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침체되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녹색성장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는 물론 도시의 바람직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단지의 재생사업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장철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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