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은 결국 불발로 끝났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이번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한번 시험대에 놓일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7년간 북한을 독재 통치해왔다. 그가 내세운 것은 '선군(先軍)'이었다. 군을 장악하고 군에 의존해온 권력이었기 때문에 그가 마음먹기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되거나 긴장감이 형성되는 국면을 만들 수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근간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각각 이끌어냈다. 이들 정상회담은 '퍼주기 회담'이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의 면모를 다지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무드를 조성해 경제에 한반도 리스크라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의 회담은 하지 않는다"는 남북 정상회담 원칙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고, 이에 반발한 북한과 마찰을 빚어왔다.
김 위원장이 사망함으로써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파트너를 사실상 잃었다.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은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고 당장 북한의 통치권자로 인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과도체제가 마련된다고 하지만 어떤 성향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할 지 예단하기 어렵다. 체제 안정을 위해 '비둘기파'보다는 '매파'가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 이 대통령에게 먼저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현 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는 힘들게 됐다"며 "앞으로 북한 사회가 변동성이 커져 당장 정상회담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도 적지 않은 부담을 지게 됐다. 김 위원장의 공백은 자칫 북한 체제의 급변사태를 가져올 수 있고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장악 과정에서 군사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그야말로 각종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은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최근 중국, 일본과 잇단 마찰음을 만들어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제사회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 기존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 기조를 흔들 필요는 없지만, 유동적인 상황에 맞춰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변화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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