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도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청년고용 확대다. 문화ㆍ관광 분야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취업 인턴을 올해 3만2000명에서 4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등 주요 공기업의 신규 채용도 1만4000명으로 올해보다 4000명 증원하는 등 모두 7만1000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2.9%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6.8%로 0.4%포인트가 올랐다.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48만여명 늘었다지만 20대는 오히려 4만여명이 줄었다. 체감 실업률은 22.1%에 달한다고 할 정도로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경기 둔화로 내년 민간 분야의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앞장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챙기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의욕을 앞세워 수치에만 집착하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든다. 취업 인턴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채용한 3만5468명의 청년인턴 중 정규직이 된 인원은 1397명에 불과하다. 인턴제는 한시적으로 비정규직을 늘린 데 지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인턴을 아무리 늘려봐야 잠시 고용 착시 현상만 부를 뿐이라는 얘기다.
공기업의 신규 채용 확대도 그렇다. 정부는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통ㆍ폐합, 인력 감축 등 경영 합리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125조원인 LH나 4조5000억원인 한전 등은 지금 자구노력을 강화해야 할 처지다. 채용을 늘리도록 하는 건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는 공기업에 짐이 될 수 있다. 국민도 부담을 떠안게 된다. 올해 전기 요금을 두 차례나 올린 이유가 대체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에만 눈을 돌릴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수출이 10억원 늘어날 때 고용효과는 9.8명이지만 투자와 소비는 각각 16.3명, 18.6명에 달한다. 좋은 일자리 정책이란 민간 분야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소비 진작을 위해 내수를 살리는 게 첩경이다. 규제 개혁, 서비스 산업 육성 등 투자 확대와 내수 진작을 위한 현실성 있는 방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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