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올 한 해도 가고 있다. 사람들과 거리는 송년 분위기로 들뜨고 있지만 이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5~29세 청년 가운데 구직 단념자, 취업 준비자, 취업 무관심자 등을 모두 포함하는 '사실상 실업자'는 110만1000명으로 급증해 체감실업률은 무려 22.1%라고 한다. 이는 2003년 17.7%에서 8년 새 4.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 취업이고, 취업이 안 돼 연애도 결혼도 하기 힘들다는 세태가 단지 비유가 아니라 처절한 현실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정부는 한시법인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제정하여 2013년까지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그 노력이 피부에 와닿는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의 청년실업 현상의 원인이 국가 차원에서의 불경기 때문인 탓도 있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는 산업사회가 새로운 지식사회로 변화하며 겪는 과도기 안에서 기존 직업군과 교육이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미처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특징은 여러 가지 들 수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융합의 시대라 부를 수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뜬 스티브 잡스의 위대함 중 가장 눈에 뜨이는 것도 바로 이 융합이다. 그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말한 '애플 DNA'란 기술과 인문학(liberal arts)의 융합을 말한다.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야만 가슴을 울리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융합과는 거리가 멀다. 말로는 많은 분야가 서로 융합해야 한다고 하고 또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갈 길을 정하지 못한 고등학생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눠서 교육하고 있다. 작년 지식경제부가 국회에 상정하여 올해 4월에 제정된 산업융합촉진법은 그나마 정부가 융합시대를 정책적으로 본격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실행이 잘 안되고 있다.
애플 DNA, 폴라로이드의 탄생과 같이 과학기술과 인문학, 예술의 융합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육성하면서 학생들이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실패도 해 보고, 그럼에도 다시 도전해 보는 사회와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의 떠남을 애석해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그의 혁신성,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그 부분에서 그가 우리를 위해 이룰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고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가 사망하고 며칠 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는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어 우리의 사회적 풍토, 조직의 풍토가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는 의식을 발휘하게 만들기에 부정적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우리 사회는 도전보다는 안전을 가르친다. 이런 사회, 이런 교육에서는 잡스와 위즈니악의 애플이나 스탠퍼드대학원생인 래리 페이지와 브린이 창업한 구글이 나오기 힘들다. 우리의 경제는 더 이상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많은 취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기존의 개념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직업인이 되기 힘들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기존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 공공기관, 금융권 등 인기 분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무엇이건 실험해 보고 도전해 보며 여러 분야에서의 아이디어를 융합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취업의 길, 우리 사회의 성장의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청년들이 스티브 잡스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한미영 여성과학기술총연합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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