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후 예산안 심의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짤막한 논평을 하나 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새로 개편한 물가지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며 "서민물가지수를 산출해 고통 받는 서민의 마음을 헤아리자"고 밝혔다.
통계청이 금반지를 빼고 내놓은 신물가지수가 체감물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는 취지에서 낸 논평이었다. 신 지수를 적용한 11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상승했다. 옛 셈법으로 계산하면 무려 4.6%다. '꼼수'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바꾼 물가지수 산정방식이었지만,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었다. 이래선 연간으로 정부의 물가지수 목표치도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의 괴리만 더 커진셈이다.
그런데 서민물가지수라? 민주당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대체 서민물가지수가 뭡니까?" 돌아온 답은 이랬다. "라면, 밀가루, 도시가스 요금 등등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가지수를 산출하자는 겁니다." 그 순간 기자에겐 'MB 물가지수'가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3월에 제안해 만든 서민생활 필수품 52개를 묶은 바로 그 물가지수다.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지난 9월 19일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 여야 의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정부의 물가 대책을 질타했다. 여당 의원 마저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2008년부터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MB 물가지수'에 포함된 10개 품목의 평균 상승률이 73.6%에 달했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 3년 내내 야당은 'MB 노믹스'(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의 실패 사례로 'MB물가지수'를 들었다.
물가 잡기, 중요하다. 그렇지만 '눈가리기 아웅식'으로 야당이 호들갑떠는 건 볼썽사납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책 나와라 뚝딱'식으로 공무원을 닦달해 만든 MB 물가지수를 비판해온 야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안없는 야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내년 정권 교체를 부르짖어온 야당이라면, 물가 잡기에도 '제대로 된 대책'부터 고민할 시점이 아닌가. '아니면 말고'식 비판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여론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이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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