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토크 콘서트> MBC 밤 11시 5분
<주병진 토크 콘서트>라는 제목 그대로, 이 프로그램은 주병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병진’이라는 이름은 KBS <박중훈 쇼>나 <김승우의 승승장구>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무게감을 가진다. 단지 MC 1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뿐 아니라, 안정감 있는 진행과 뛰어난 순발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MC의 아우라를 업고 가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지금, 왜 주병진을 이 자리에 세웠는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첫 방송은 ‘1997년 방송 데뷔, 517명의 게스트를 만난 토크쇼 진행자, 45%의 최고 시청률 기록’이라는 그의 정보를 보여주며 시작했다. 또한, 오프닝에서 약 5분을 주병진에게 온전히 내주며 그가 방청객 및 시청자들과 친근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그의 이름과 존재에 많은 집중력을 쏟아 부은 나머지 정작 토크쇼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깊게 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박찬호를 첫 게스트로 데려왔지만 ‘어떻게’ 보다 얼마나 많이 담을 것인가에만 치중된 토크는 산발적으로 진행됐고, 결국 집중력과 재미 모두 부족했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메이저 리그에서의 어려움, 결혼과 가족, 미국식 발음, 일본 활동 등 박찬호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 나왔지만, 흐름을 갖고 이어지기보다는 정해진 대본에 의해 다소 기계적으로 툭툭 던져졌다. 박찬호와의 강속구 대결, 박찬호의 노래를 들어보는 시간, 박찬호 관련 영상의 잦은 삽입 등 12년 만에 복귀한 주병진을 위해 몇 가지 완충 장치들이 마련됐으나 그 역시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주병진에만 집중한 결과, 역설적으로 그의 힘을 떨어뜨리는 방송이 된 셈이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주병진의 재치가 빛나는 순간들은 꽤 많았다. 허나 그가 이 토크 콘서트의 메인 MC일지언정, ‘호스트’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왜 지금 주병진이어야 하는가. 아직까지는 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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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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