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신동아·형촌마을 피해지역, “집중호우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 7월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이 ‘천재(天災)’로 최종 결론났다. 관련 기관의 예방책 미비나 대응 소홀로 인한 ‘인재’라기보다 기록적인 폭우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자연재해라는 이야기다.
30일 서울시는 한국지반공학회로부터 받은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 및 복구대책 수립’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지역인 형촌마을, 래미안아파트, 신동아아파트 일대는 산사태 발생 15시간 전부터 내린 230.0~266.5mm의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이후 1시간에 걸친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학회는 “최대강우량과 첨두유출량의 발생시점이 일치하고 있으며 이와 동일한 시점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집중호우의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래미안아파트 일대의 경우 정상부로 갈수록 경사가 급한데다 지하수위가 높게 형성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신동아아파트 피해 역시 집중호우와 과거 붕괴이력으로 인한 두꺼운 붕적층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형촌마을 지구도 집중호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결과는 얼마전 “우면산 산사태를 천재지변이라고만 보고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박원순 시장의 발언과도 대조적이다. 당시 박 시장의 발언은 “인재가 아닌 천재이므로 피해자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기존 입장과도 반대돼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박 시장은 이번 보고서 발표에 앞서 “조사할 분들의 역할이며 아직 내용을 모르지만 보고서가 나오면 (재조사도)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해 재조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의 입장은 이번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리부실로 인한 인재 부분이 추후라도 확인되면 당연히 재검토할 부분이지만 지금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재대책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도시안전 방재대책은 박 시장 취임 이후 복지 및 일자리 분야와 함께 최대 역점사업으로 꼽혔다. 특히 박 시장은 내년도 서울시 예산 중 ‘수해 및 산사태 예방 사업’에 462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배수분구 27개소 관거능력 향상(1388억원, 129.6㎞), ▲침수지역 하수관거 개량(1223억원, 33.9㎞), ▲빗물펌프장 25개소 신·증설(904억원), ▲빗물저류조 9개소 설치(417억원), ▲빗물저류배수시설 3개소 신설(308억원), ▲산림내 위험시설물 정비 및 산사태 방지 등(280억원), ▲주택침수방지시설(차수판, 모터펌프) 지원 등(106억원)이다. 이밖에 박 시장은 30일 서울시 새 조직개편안을 통해 산사태 등 급경사지 안전관리업무를 맡는 ‘산지방재과’도 신설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