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미국경제의 '일본화(Japanification)'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데다 정치적 리더십 부재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저성장, 경제의 과잉부문 해소 진행, 국가채무 누적 등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의 '일본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일본화'는 1990년대초 버블붕괴 이후 장기간 저성장과 전반적 물가수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은 주택버블 붕괴 위기 이후 GDP성장률이 급락하면서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 직후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8년 1분기 GDP가 전기비 1.8% 감소했으며 미국은 2009년 1분기 GDP가 전년 3분기보다 3.5% 감소했다.
버블 붕괴후 과잉부문의 해소 과정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 과잉부문은 기업(일본)과 가계(미국)로 상이하지만 버블 붕괴후 일본기업의 3대 과잉(설비, 고용, 부채) 해소가 장기에 걸쳐 진행된 것처럼 미국도 가계부문의 과잉 부채 해소가 진행중이다.
아울러 미국의 장기국채 수익률이 장기불황하의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는 점도 '일본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자산가격의 하락폭, 소비자물가상승률, 인구구조나 생산성 등 장기 성장잠재력,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국 연준의 신속·과감한 대응 등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가계부문의 부채 조정 지속, 고용사정 개선 지연, 대외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대립 심화로 인한 정치 불안 등의 하방위험이 미국의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 은행산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경영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3분기 들어 실적이 다시 부진해진 가운데 대내외 여건 악화 등으로 인한 위기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미국 은행산업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유럽 국가채무 위기, 모기지 및 학자금 대출 부실 증가, 예대마진 축소, 금융규제 강화 등으로 지적됐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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