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 칼럼]달이 뜨면 개가 짖는다

시계아이콘01분 43초 소요

안철수는 정치판의 애플...경쟁의 질서를 바꾼다

[데스크 칼럼]달이 뜨면 개가 짖는다
AD

[아시아경제 이의철 기자]예전에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직업 중에서 가장 섹시하지 못한 직업이 기자야. 왠 줄 알아? 어떤 것이든 해석하고 분석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그 선배도 기자다. 지금까지도 기자다. 나도 기자다. 그래서 나도 그 선배도 그때나 지금이나 섹시하지 못하다.


사물을 직관적으로 또는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약간 삐딱하게, 비판적으로, 각을 세워서 보는 게 기자다. 그렇게 훈련받았고. 그런 시각이 없으면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물론 기자들이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세상의 변화와 거리가 멀어지고 오히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변화치(癡)'가 된다. 실제 기자라는 직업은 변화와 가장 가까이 있지만 그 변화마저도 취재의 대상일 뿐 자기 일로 생각하지는 못한다. 몸매가 섹시함과 거리가 먼 것은 아마도 격무와 폭음 때문일 테고. 당시 선배와 나는 '섹시하다'는 의미를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최정점'이라고 정의했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이슈들을 보면 기자들이 섹시하지 못한 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제 것인 양 고민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기자들에게 자기 몸매와 정신을 가꿀 시간이 있더란 말인가.

닌텐도가 30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냈다. 3월 결산법인인 닌텐도는 지난 9월까지 6개월간 573억엔(약 83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때 닌텐도 게임기는 전 세계 모든 어린이에게 '머스트 해브(must have)' 제품이었다. 슈퍼 마리오, 포켓몬 등의 걸출한 캐릭터들을 배출한 닌텐도다.


'공병우 타자기'를 기억하시는지. 지금의 20ㆍ30대에겐 '타자기(typewriter)' 라는 낱말 자체가 생경할지 모르지만 1970년대에 중ㆍ고교를 다닌 이들에게 공병우 타자기는 '꿈의 타자기'였다. 기능성, 디자인, 세벌식 한글꼴 등 어느 한 구석도 당시 수입산 타자기와 견줘 손색이 없었다. 타자기의 명품이었다.


닌텐도의 몰락은 닌텐도를 능가하는 게임 회사가 출현했기 때문이 아니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게임기 영역 밖의 경쟁자가 나타나서다. 마찬가지로 타자기의 퇴출은 '기능 뛰어나고, 디자인 좋고, 값마저 싼' 타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컴퓨터의 출현이 타자기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냈다.


세계 휴대폰 업계의 최강자였던 노키아를 흔든 기업도 동종의 휴대폰 업체가 아닌 애플이었고, 브리태니커와 같은 인쇄된 백과사전들 간 경쟁을 종결시킨 것은 CD롬이었다. 산업환경의 변화는 이처럼 경쟁의 질서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정치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로 보인 안철수 교수의 영향력을 말하는 것이다. 안철수라는 정치 영역 외의 경쟁자가 돌연 나타나서 정치권 내 경쟁의 룰을 바꿔 버렸다. 안철수는 휴대폰 시장에서의 애플이었던 셈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과 분석이다. 그걸 업으로 삼는 정치인이나 기자야 그렇다 쳐도 정치평론가, 교수, 칼럼니스트까지 입 달린 이 치고 '안철수' 얘기를 하지 않는 이 없다. 안철수의 말 한마디를 갖고 추측하거나 예단하거나 말꼬리를 잡는다.


그러나 분석가들이 정작 눈썰미 있게 봐야 할 것은 정치환경의 변화, 경쟁환경의 변화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놓고 '젊은 층의 분노' '40대의 심판' '세대 간 전쟁' 등 화려한 해석이 난무했지만 가장 평범한 이들이 가장 먼저 알았다. 이번엔 한나라당 후보가 안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안철수 현상'을 해석하거나 분석함으로써, 여전히 기자임을, 그래서 섹시하지 못함을 확인받고 있다. 그러나 '달이 뜨면 개가 짖는다'고, 정작 달은 가만 있는데 개만 짖는 것은 아닌지 글 쓰는 이들은 더욱 펜을 삼갈 일이다. 글을 읽는 사람들의 정신건강도 생각해서.






이의철 기자 charli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