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자 문제로 10개월째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한진중공업이 이달 중 직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노조 측은 진행 중인 정리해고자 처리 협상에서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회의 권고안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던 사태가 또다시 꼬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회사 측은 유급 휴직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해 일감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올 7월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던 컨테이너선도 본계약 체결이 늦춰지고 있어 더 이상 많은 일손이 필요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8월부터 일부 생산 공정은 휴업 중으로 이번 휴업도 자구책의 하나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는 내년까지 물량이 쌓여 있다는 점을 들어 회사가 거점을 수빅으로 옮기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수주 실적이 전무한 한 요인으로 노사관계 불안을 거론하는 것도 나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리해고자 문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압박용이라는 것이다. 노사 간 불신의 골이 깊다는 방증이다.
불신이 깊어진 데는 조남호 회장의 책임이 크다. 지난해 12월 정리해고 때 정리해고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었는지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더욱이 사태가 악화하는데도 노조와의 만남을 계속 피하기만 했다. 진작 전면에 나섰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 간 신뢰 회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 회장은 노조와의 대화에 직접 나서고 수주 활동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등 "회사의 회생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태의 마무리를 위해 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노조 역시 정리해고자 문제뿐 아니라 다른 임직원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두루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거리를 확보해야 회사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유지된다. 수주 활동에 힘을 보태는 등 보다 큰 차원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게 노사 공멸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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