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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저축銀, 수사는 부실하고 개혁은 겉돌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세상을 흔들었던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 수사가 마무리됐다. 어제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불법 대출, 횡령 등 기업비리에서 고위층에 대한 권력형 비리, 지역공무원이 연계된 토착형 비리에 이르기까지 부정부패가 망라된 '비리의 종합판'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사 결과는 금융기업과 금융인의 반기업적 부패와 부도덕성을 넘어 저축은행의 부실과 비리에 무력했던 후진적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경고의 소리로 다가온다.


8개월간 진행된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9조원 대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금융비리 사건임을 증명하듯 숱한 기록을 세웠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전ㆍ현직 임원과 정ㆍ관계 인사 42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76명을 기소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비리의 규모만 해도 불법대출 6조315억원, 분식회계 3조353억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모두 9조780억원에 이른다.

부산저축은행은 이름만 저축은행이었다. 재벌그룹을 방불케 하는 문어발 조직이었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갖가지 탈법과 부정이 동원됐다.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든 후 불법으로 돈을 끌어다 썼다. SPC를 통해 손을 댄 사업은 납골당에서 아파트ㆍ선박ㆍ골프ㆍ리조트를 아울렀고 관련된 대출액만도 4조원에 달했다.


숱한 검사에도 감독기관이 이 같은 비리를 적발해 내지 못한 것은 불가사의하다. 단순한 감독 시스템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 증거는 검찰이 찾아낸 정ㆍ관계 로비의 끈에서 발견된다. 브로커가 등장하고 감사원의 차관급 감사위원, 차관보급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까지 기소자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 박태규 로비의 몸통은 없는가. 저축은행을 감싼 힘 있는 비호세력은 없는가.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동시다발로 전국에서 수사를 벌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과 함께 보해ㆍ도민ㆍ전일ㆍ제주으뜸저축은행에서 비리를 저지른 171명을 기소했다. 수사는 끝났다. 하지만 선량한 피해자 2만여명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너무나 미흡하다. 금융감독 체계의 개혁도 소리만 요란하다. 저축은행 비리는 다시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금융소비자기구 설치를 놓고 밥그릇 싸움이 여전한 감독기관에 묻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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