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대어급 기업 유치 전쟁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연말 회계결산을 앞두고 퇴직연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덩치가 큰 기업들이 법인세 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퇴직연금 가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 기업들이 어느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운용사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시장순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최근 퇴직연금 사업을 하는 금융회사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전달했다. SK그룹과 대우건설도 올해 안에 퇴직연금 계약을 마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사업 담당자는 "기아차는 퇴직연금 가입 규모가 1조원 가량으로 현대자동차의 가입 규모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지난번 현대차의 경우처럼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건설의 퇴직연금 운용자로는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기업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데, 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은 일반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조의 권한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전력과 LH가 올해 손꼽히는 대어급 퇴직연금 가입업체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의 퇴직연금 계약이 연말에 몰리는 것은 회계상 손비처리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급여 충당금의 손비인정 비율이 해마다 줄어드는 대신,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전액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 퇴직연금 제도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조치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은 올해중 퇴직금 충당금의 25%만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있으며, 내년에는 20%로 인정비율이 떨어져 법인세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오는 2016년에는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 충당금은 전혀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올해 안에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가입이 이어질 경우 증권업계의 시장 점유율 순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8월 말 현재 증권업계의 퇴직금 시장점유율 1위는 적립금 1조9226억원을 확보한 HMC투자증권이다. 2위인 미래에셋증권(1조2420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증권사는 7000억원 미만으로 대어급 기업체의 퇴직연금 물량을 확보할 경우 순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사업 담당자는 "기업들이 적립금 규모가 많은 증권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 총 적립금 규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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