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 서민층에 더 내려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들이 서민층과 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를 추가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또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배당보다는 내부유보 자금을 쌓을 것을 요구했다.
권 원장은 19일 오전 8시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 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서민층과 취약계층, 노인층 등 (수수료를) 대폭 면제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최근 일제히 현금인출기(ATM) 인출·송금 수수료를 절반으로 인하한 데 이은 추가 대책이다. 이에 대해 권 원장은 "은행들이 (각자)생각해서 합리적으로 내릴 것"이라며 "각 은행별로 알아서 하는 것이고 당국이 강제할 수는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날 조찬회에 참석한 50여명의 금융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 경영 및 내실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월가 시위를 계기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경영, 공익성 강화 등이 요구되고 있다"며 "외국과 같이 금융회사 이사회에 사회공헌 전담 부서를 만들고, 보고서도 내라"고 요구했다.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여부를 금융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금융회사들이 매년 수천억원대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금감원도 솔선해 최근 내부에 사회봉헌단을 출범하고, 부원장과 부원장보 하에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시장의 위기를 대비해 금융기관들의 선제적 대응도 강조했다. 권 원장은 "좋을 때 내부유보를 확충해야 한다"며 배당 대신 내부유보를 추가적으로 쌓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금융인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이 "사회여론이 부정적으로 가더라도 정부나 금융당국에서는 금융회사의 수익이 앞으로를 대비하는 상황에서는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
이에 대해 권 원장은 "국내은행들뿐 아니라 금융회사들의 상황과 보수체계가 월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으므로 위기 극복과정에서 수혜를 입은 우리(금융기관)가 그렇지 않은 계층을 위해서 베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위원회와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대해서는 "준 독립적으로 금감원 내부에서 운영할 것"이라며 "소비자보호를 위한 별도의 검사국을 신설, 꺾기나 펀드 불완전 판매 등 범 금융권 소비자금융 관련 상황을 직접 나가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네 개의 감독기구가 함께 하면서 화학적 결합이 안 됐는데, 칸막이식 인사관행을 타파하고 전면 인사교류를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자금의 원활한 대출을 위한 동산담보대출 시행 계획도 밝혔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대신 재고자산, 원자재 등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그는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된 만큼, 금융당국과 회사들이 TF를 구성해 내년 6월부터 대출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다양화시켜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