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애플과 특허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4전 4패라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미국서도 판매금지 조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판사가 "애플 제품과 삼성 제품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도 있다. 삼성전자의 3세대(3G) 기술 표준 특허에 대한 권리 자체는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에게 삼성과 3G 표준 특허에 대한 로열티 협상을 충실하게 수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대방이 주장하는 특허 권리를 직간접적으로 인정하고 나서며 합의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애플, 상대방 특허침해 여부 간접적으로 시인=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점을 시인하고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3G 표준 특허 침해 사실을 밝히며 특허 소송의 마지막 단계인 '합의'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법원은 애플이 신청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 금지 조치에 관한 심리를 연기했다. 이날 심리는 루시 고 판사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것은 맞지만 애플 역시 자사 디자인이 고유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을 다음 심리로 넘기며 끝났다.
중요한 쟁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점이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고유하지 않다며 맞섰다. 간접적으로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를 시인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3세대(3G) 표준 특허 역시 애플이 무단 사용한 점이 인정됐다. 15일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가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의 이유로 제기한 3G 표준 특허를 인정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특허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헤이그 법원은 두 회사가 충실하게 로열티 협상을 한 뒤 부당한 사유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삼성전자가 다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표준 특허를 사용했다는 점은 시인했다. 애플은 소송 중 삼성전자와 로열티 협상을 진행했지만 요구한 로열티 수준이 높아 어쩔수 없이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판금, 애플은 로열티 지불해야…화해 외엔 길 없다"=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초청했다. 이재용 사장 역시 흔쾌히 추도식 참석길에 나서며 팀 쿡과의 별도 만남이 있다고 언급해 총성 없는 특허 전쟁의 양상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통신 업계는 삼성전자는 애플의 디자인, 애플은 삼성전자의 3G 표준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특허전 양상은 더욱 가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화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통신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로만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어쨌든 삼성전자는 물건을 못팔게 됐고 애플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상황에 빠졌기 때문에 결국 두 회사가 화해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허전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일부 있다.
이 관계자는 "단, 소송이 실제 시작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아직 본안소송에도 접어들지 못했기 때문에 조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면서 "두 회사 모두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특허를 갖고 있어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특허 공방이 PC, 가전 등 전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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