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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토막 펀드, 운용사는 책임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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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토막 펀드, 운용사는 책임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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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5년이나 굴렸는데도 60%나 손실이 났다는게 말이 됩니까. 전문가(펀드매니저)라고 맡겼는데 내가 해도 이 보단 잘하겠소!"


12일 서울 신대방동에서 열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 펀드 수익자총회 현장. 반토막도 안 남은 펀드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한 이 자리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예상대로 이른 아침부터 고성이 터져 나왔다. 백발의 은퇴자부터 전업주부에 이르기까지 반토막난 펀드를 성토했다. 운용 경과를 발표한 관계자들은 거듭 사과했고 운용사 대표의 표정은 굳어져갔다.

운용사 측은 수익률 회복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의 원금회복 기대감은 무너진지 오래다. "만기연장도 싫다. 더 이상 손실은 보기 싫다"며 일부 투자자는 총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같은날 베트남펀드의 개방형 전환을 안건으로 내걸었던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수익자 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연기됐다. 비슷한 사유로 국내 대표 운용사 두 곳이 큰 수모를 당한 것이다.

해외투자 붐을 타고 수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여전히 손실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도 비슷한 사례다. 펀드의 부진을 틈타 자금을 대거 끌어들였던 자문형랩 역시 주가 급락세로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다.


'운용결과에 따른 손실은 전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는 틀에 박힌 해명 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를 믿었던 투자자들에게는 가슴에 꽂히는 비수처럼 느껴질 뿐이다. 금융기관은 신뢰로 먹고사는 기업이다. 투자에서 손실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투자자들의 상식수준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과욕과 자만, 독단이 자금운용에 개입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금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돼 장미및 전망만을 심어줬던 운용사들은 잘못이 없을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진리를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 스스로가 잊은 게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해외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참고 남아 있는 투자자들은 운용사들이 어떻게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 보고 있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운용사에게 보여줄 '레드카드'가 그들 손에 들려 있다.




서소정 기자 ss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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