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12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미국 내 절차는 마무리됐다. 공은 이제 한국에 넘어왔다. 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올라 있는 상태다. 법안소위 심사와 상임위 표결, 본회의 표결의 절차가 남았는데 야당이 반대하며 재재협상 내지 폐기를 요구해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이 최단 시간 내 처리 기록을 세우며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동안 한국은 여야 대립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민주당이 지난 8월 쇠고기 관세철폐 유예 등 '10+2안'을 들고나오자 여당도 '일부 수용' 가능성을 흘렸지만 구체적 행동은 없었다. 그 사이 미국에선 경제 살리기를 앞세워 오바마 대통령이 앞장서 설득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로써 재재협상의 여지는 사실상 사라졌고, 한국은 이제 통과와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판이다.
미국에 비해 우리 사정이 복잡하고 여야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 진작 야당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함에도 몰라라 했다. 지금이라도 여당은 야당의 주장 가운데 일리 있는 부분은 적극 수용해야 한다. 야당도 무조건적 반대에서 벗어나 피해산업 구제 방안 마련에 적극 임해야 한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농수산업 분야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대신 교역 확대에 따라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늘어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런 이익과 손실의 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그렇다고 시일을 정해 밀어붙이면 안 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FTA 발동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10ㆍ26 재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여당이 주장하는 이달 내 처리가 쉽지 않다. 민주당도 집권여당 시절인 노무현 정부 때 서명한 협상이니만큼 책임을 나눠야 한다. 반대에 앞서 보다 실질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 상황은 갈수록 어렵고 미ㆍ중 환율갈등에서 보듯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움직임도 있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여야가 통합적인 국익을 생각해 보다 통 큰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야 지도자를 만나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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