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미만 카드결제 거부…손님도 상인도 '거부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약속시간에 늦어 급하게 택시를 탔다가 낭패를 봤다. 서둘러 나오느라 현금을 챙겨오지 않았는데, 택시는 1만원 이하 카드결제를 받지 않는 택시였던 것. A씨는 결국 택시에서 내려 근처 은행 현금인출기(ATM)까지 가서 현금을 뽑아 택시비를 내야만 했다.
#동네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얼마 전부터 바뀐 법에 따라 1만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를 받지 않기로 한 이후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쩌다 온 손님들도 카드수납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면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결국 B씨는 다시 1만원 이하 신용카드도 받기로 했다. 여전히 높은 2% 중반대 수수료가 부담은 되지만, 일단 손님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1만원 이하 카드결제에 대해서 가맹점이 수납을 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카드 소액결제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한편, 실제로 상인들이 카드 결제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초에 문제의 원인이 된 카드사들의 수수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가맹점 모두 지는 게임 =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1일 "(의무수납 폐지를) 검토할 시기가 왔다"며 "그동안 법 체계상 가맹점들이 소액 카드결제를 선택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결제 액수를 막론하고 높은 결제수수료를 카드사에 지급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가맹점 측에 결제수단을 가려 받을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도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에 불편을 안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식사비나 커피, 택시비 등을 소액결제로 쉽게 해결했던 소비자들은 이제 소액결제를 위한 현금을 따로 챙겨다녀야만 한다. 현재 전체 카드결제 중 1만원 이하 소액결제의 비중은 전체의 30%로, 결제 건수도 24억여건에 달한다.
가맹점은 가맹점대로 '역선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카드 소액결제를 받는 가맹점들로 몰리면서 그렇지 않은 가맹점들이 외면받게 된다는 것. 특히 소액결제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대형 가맹점을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되면 중소가맹점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YMCA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좇기 때문에, 가맹점들이 소액결제를 받지 않으면 손님들을 내쫓는 꼴"이라며 "가맹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정책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수료율 적정성이 핵심 문제 = 이에 따라 당초 가맹점들이 요구했던 '수수료율 인하' 측면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5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인하했으나, 여전히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1.5%, 자영업자에는 2~2.7%의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맹점들은 대형업체 뿐만 아니라 소형 가맹점들에게도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음식업중앙회는 18일 10만여명의 음식점 업주들이 모여 수수료율 인하를 촉구할 방침이다. 또 유지비용이 신용카드보다 낮은 직불카드, 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것도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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