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째 홍수 지속되며 260명 이상 사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50년만에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는 태국에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WSJ)은 7월 이후 태국에서 폭우가 계속되면서 홍수 피해가 늘고 있다며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미 26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번 홍수로 인해 태국 77개 주(州) 중에서 30개 주가 물에 잠겼고 홍콩 면적의 약 13배에 토지가 침수됐다.
아피시트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태국 중앙은행이 홍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600억바트(약 2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사회발전위원회는 경제적 피해가 800억바트에 육박할 수 있다고 예상하며 올해 태국 경제성장률을 0.9%포인트 깎아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홍수가 발생하기 전 태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5%~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는 3%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로자나 산업공단 주변 제방이 무너져 경제적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WSJ에 따르면 공단 내 198개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공장 직원들도 대피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 중 하나인 일본 혼다 자동차는 완성차 수천 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으며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다는 또 방콕 외곽 지역의 오토바이 공장이 부품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홍수는 그 규모가 크고 지난 여름 대형 태풍 뒤에 이어진 것이어서 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홍수가 산업단지에 직접적으로 미친 피해 규모가 이전의 홍수보다 크다고 지적하며 산업 지역의 상당 수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공장이 계속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수도 방콕시 관계자들은 이번 주말에는 방콕 저지대 지역도 침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방콕 소재 티스코 증권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방콕이 실제로 침수되고 경제 및 금융 활동이 중단된다면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지금은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세계 최대 쌀 생산국가인데 태국 상무부는 올해 쌀 수확량 전망치를 2500만t에서 2100만t으로 낮춰잡았다.
다만 아직 신용평가사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번 홍수가 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디스의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둔화가 태국 경제에는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태국산업협회의 타니트 소라트 부회장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채무 변제를 원하고 있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상당수 기업들이 채무 상환을 3~6개월간 유예하거나 정부가 저금리 대출을 통해 기업을 도와줄 것으로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