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는 함께 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열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동시에 인터뷰를 할 때도 모두와 눈을 맞추려고 애쓰고, 먼저 농담을 걸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하루 종일 인터뷰 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다”며 기자들의 안부를 묻고, 유머러스한 포즈를 취하며 모두를 웃게 만든다. 그것이 설사 언론을 대하는 스타의 만들어진 태도라 할지라도 그녀만큼 주변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여배우는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은 교감을 나누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날 탕웨이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낸 눈빛에는 ‘관시’(중국어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가 있었다.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다섯째 날, 때로는 고심하며 때로는 장난스럽게 탕웨이가 건넨 말들이다.
“<무협>에 함께 출연한 견자단은 형님.”
원래는 그냥 자단이라고 이름을 불렀는데 현장의 스태프들이 다 형님(따거)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따라서 형님이라고 불러요. 견자단 형님은 여러분이 보실 때는 용맹하고 무서울지 몰라도 너무 너무 좋은 아빠예요. 촬영할 때도 계속 휴대폰에 저장된 아이들 동영상을 보여주셨죠. 아들이 무술을 하는 거나 나무를 깨고 있는 걸 계속 보여주셔서 나중에는 제가 ‘그거 저 다 봤거든요’ 할 정도였어요. (웃음) 그리고 이건 기사로 나면 형님한테 혼날 수도 있는데 <무협>에서는 무술감독도 하셔서 하나라도 오차가 있으면 절대 봐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웃음)
“<무협>의 캐릭터는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 최고난도.”
왜냐하면 실제 저와 가장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에요. 첫째로 아유는 농촌의 아줌마이고, 둘째로 아이를 하나만 가진 것도 아니고 두 명이나 낳은 엄마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일상적인 캐릭터는 현실에서도 자주 만나고 평범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연기하기로 치면 가장 힘든 캐릭터예요. 그래서 연기에 쉽게 취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 나중에라도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보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럽고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서예요. 또 이미 부모가 된 진가신 감독이나 견자단 형님께 가르침을 구하며 연기했죠.
“시집 갈 때가 됐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한국의 스태프들과 작업한 영화 <만추>로 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도 받고, BIFF도 벌써 연달아 두 번이나 방문하면서 어느 정도 한국이 익숙한 탕웨이도 아직 한국에 대해 낯설고 놀랐던 부분은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할 때라고.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같이 연기한 아역배우들을 너무 예뻐했다는 말에 한국 기자들이 “시집갈 때가 되었다”고 얘기할 때 중국과는 다른 한국의 문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영화에 꼭 출연할 거예요. 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다른 문화에 대한 경험을 넓혀가는 건 그것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잖아요. 어떤 장벽 같은 걸 다 뚫어 버리는 느낌? 저는 한국 문화에 대해 뚫다 뚫다 이제는 위까지, 먹는 것까지 다 뚫었어요. 그게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같아요. 하나, 둘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에 대해서도 털어놓는 것처럼 지금 저와 한국 영화의 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배우잖아요.”
<무협>에서 탕웨이가 연기한 아유는 속 깊은 아내이자 인자한 어머니이지만 수수하다 못해 초라한 차림의 가난한 촌부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여신으로까지 칭송 받는 미모가 가려지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탕웨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배우잖아요. 그 사실을 기억하셔야 해요.” 배우인 이상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그녀의 직업의식은 우리는 이미 <색계>에서 보았다. 그녀는 여신의 허울을 벗어던지는 것으로 오히려 신전에 오르고 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부산=이지혜 기자
10 아시아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