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그리스 사태 둘러싸고 분열 깊어져. 미-독일은 '충돌코스', 유럽은 내분중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그리스 국채 위기를 둘러싸고 유럽 각국의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독일과 미국이 서로 비방하는 등 국제적인 갈등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라프지는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특수목적법인을 사용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레버리지(신용차입) 방안과 관련 “유럽 공동체의 누가 이런 멍청한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다”며 “실행은 어려워도 충고를 하기는 쉽다. 나도 미국에 대해 얼마든지 충고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비난했다고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독일의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은 “미국과 유럽공동체의 일부가 수조달러짜리 작당을 하고 있다”며 비난한 것으로 전했다. 미국의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달 초 유럽의 지도자들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신문은 독일과 미국이 ‘충돌 코스’에 있다면서, 현재 미국 연방은행(Fed)의 달러 스왑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유럽 은행 시스템을 감안할 때 양국의 사이가 더 악화되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그리스의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싸고 유럽 내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독일과 네델란드 등은 민간 섹터(은행 등)에 대해 더 많은 손실 감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율 재조정을 극력 반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7월의 유로존 정상회담에서는 민간 보유 그리스 국채에 대한 원금손실(haircut)율을 21%로 결정했으나, 지난 여름 실사 결과로는 그리스의 구제 금융에 필요한 금액이 당초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 향후 3년간 172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독일이 민간 섹터의 손실율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ECB는 이 문제를 재론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FT는 또 이 논쟁에 관여하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 이 논쟁이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을 보다 앞당기고 더 대규모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독일 내에서조차 민간 부문의 손실율 재조정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총리는 27일 정상회담을 갖고 그리스에 대한 독일의 지원 및 그리스의 구제금융 이행조건 시행을 확약했으며, 그리스는 같은날 의회에서 그동안 논쟁이 되어온 부동산 중과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리스는 당초 공개키로 약속했던 국채 스왑 거래 내역의 공개를 거부하고, 다른 구제금융 이행 조처에 대한 의회 표결은 다음달 말까지 연기하기로 함으로써 그리스에 대한 추가지원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이다.
또 이날 마감된 금융시장에서 그리스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독일 DAX 지수가 5% 넘게 폭등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주식시장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낸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일부 경제전문지들은 독일이 EFSF 확대안에 대해 반대한 것과 상관없이 오는 29일 독일 의회의 승인 표결이 끝나면 유럽에서 그리스 부채 위기 해결을 위한 ‘그랜드 플랜’이 나올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반면, FT는 UBS의 시장 전략가의 분석을 인용, 유럽 부채 위기가 위험 자산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이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UBS는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 전망을 1개월 단기로는 1유로당 1.30달러, 3개월로는 1.20달러까지 낮추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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