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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키우는 '중기 적합업종'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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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철수시 시장 독점 심화 우려..OEM 영세 기업들도 '문 닫는다' 아우성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 현대모비스에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하는 모비딕은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뜻밖에도 내비게이션을 적합업종에서 제외시켜달라는 내용이었다. 현대모비스가 철수할 경우 OEM 매출이 사라져 회사 문을 닫게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대기업의 진입을 차단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작업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정부가 일정에 쫓겨 사회적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절차적 하자는 차치하고라도 이해득실에 따른 중소기업간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일부 중소기업이 독식해 오히려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 뿐만이 아니다. 대기업에 공급하던 OEM 매출이 사라져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감을 호소하는 영세기업들도 수두룩하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1일 세탁비누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소기업들의 반응이 마뜩찮은 것도 그 때문이다.

닐슨 자료에 따르면, 연간 300억원 규모의 세탁비누 시장은 2010년 기준 무궁화세탁비누가 47.3% 점유율로 독주 중이다. 이어 자체브랜드(PB)가 8.5%, 보령매디앙스가 5%이고 철수를 선언한 LG생활건강은 4%에 불과하다. 한 후발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제약이 많아 상대하기가 편했다"며 "대기업 철수는 후발주자에는 오히려 어려운 환경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적합 업종 선정시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업종은 두부도 마찬가지다. 풀무원이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CJ 등 대기업은 철수를 압박받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 진출을 막았던 고유업종 제도 시절 풀무원의 점유율은 78%까지 치솟았다"며 "중소기업의 적은 대기업이 아니라 같은 중소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OEM 납품을 하는 영세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대기업 철수로 매출 급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다. 현대모비스와 서울통신기술 등 대기업 계열의 시장 점유율이 25% 안팎인 가운데 생산 전량이 OEM이다.


현대모비스에 OEM을 납품하는 모비딕측은 "임직원 27명이 OEM 매출 100억원에 의존해 살아가는데 대기업이 철수하면 OEM 물량이 사라져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OEM 업체는 동반성장위에 내비게이션을 적합업종으로 신청한 파인디지털을 겨냥해 "그들도 SK에 OEM 납품하며 성장했던 중소기업"이라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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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정부가 반 대기업 정서를 앞세워 적합업종 선정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난맥상이 속출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자본과 기술이 보유한 대기업이 참여해 시장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며 "대기업 진입을 차단함으로써 시장이 오히려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최초 접수된 적합 업종 234품목 가운데 자진철수ㆍ반려 등을 뺀 218품목 중에서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은 84개 품목을 제외한 134개를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우선 45개 품목을 심사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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