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하강에는 유의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원·달러 환율 급등세와 맞물려 최근 IT와 자동차 등 대표 수출주의 선전이 눈부시다. 외국인이 발을 빼는 사이 국내 증시의 주역으로 떠오른 기관 투자자들이 수출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덕분. 하지만 수출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주도주로 재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가 수출주 실적에 우호적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주 퍼담는 기관=2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은 4.16% 올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이 속한 운송장비 업종도 0.44% 하락에 그쳐 1.4% 떨어진 코스피 평균을 웃돌았다.
환율 상승세가 가속화된 지난 주부터 기관투자자들이 수출주에 대한 매수 강도를 높였다. 기관은 지난 주 전기전자(3870억원), 운송장비(920억원) 업종을 대거 바구니에 담았고 이번 주에도 전기전자(2050억원), 운송장비(980억원) 업종에 화력을 집중했다. 이번 주 기관 매수 규모의 74%가 대표 수출주로 몰린 셈이다. 환율상승이 수출기업들의 원화 환산 이익을 높여준다는 셈법이 작동한 것.
◆“달러 강세에 베팅”=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가 중기 추세로 갈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수출주의 이익 전망치 상향 없이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상대적 업종별 매력을 따져볼 때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요소가 환율이라는 점에서 수출주 강세는 당분간 이어지겠다”고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IT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과거 국내 IT업체들은 급격한 원화 약세를 배경으로 원가경쟁력 향상→점유율 상승 및 이익 증가→R&D 투자여력 확대→제품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왔다”고 진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다만 조건을 붙였다. “환율 상승 효과가 수요 둔화 영향을 상쇄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경제 환경이 안정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요 줄면 말짱 도루묵=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 약세가 수출주 강세로 이어진다는 논리에는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빠져있다”며 “통상 원화 약세가 나타나는 국면에서는 한국의 자동차, 조선, IT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동호 한국투자신탁운용 리서치부장은 “세계 경기 하강이라는 변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수출주가 주도주로 떠올라 시장을 끌고 가는 것은 어렵다”고 거들었다.
환율 상승으로 이익이 개선되는 시기에는 판매가격 하락 압박 역시 커진다는 점, 개별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환율 상승분이 이익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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