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주 예스24 비즈니스와 경제 부문 추천도서 3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이 세상의 많은 것들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사소하게 우리가 구매하는 작은 물건들부터 무형의 서비스까지. 통화가 유통되는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소비 경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사람들은 보통 쉽게 이 가격 결정이 시장의 합리적인 유통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제조 원가와 유통비용, 그리고 약간의 이윤이 더해진 가운데 최종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우리가 아는 ‘가격의 상식’이다. 하지만 복잡해진 경제 사회에서 이러한 ‘순수한 원칙’은 파괴된 지 오래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은 접하는 할인상품과 온라인에 넘쳐나는 소셜커머스 사이트들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해 온 물건과 서비스에 대한 가격 체계를 무너뜨리는 개념이다. 또한 쉽게 접하는 국제적 행사나 인물의 경제가치를 위해 추정하는 가격과 천차만별로 나오는 서비스의 가격은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 세상 모든 가격의 진실을 이야기 해 줄 책 세 권을 소개한다.
할인상품들이 난무하고 있다. 통큰○○, 착한□□ 등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값싼 물건들. 이 책은 할인 상품 뒤에 숨겨진 글로벌 네트워크의 어두운 면을 폭로하며 우리가 즐기는 값싼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끼치는 파괴적 영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다각도로 추적한다.
값싼 물건은 극도로 최적화된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지해 생겨난다. 즉 이 턱없이 낮은 물건 가격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의 값싼 해외 노동력, 값싼 에너지, 값싼 운송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계에 다다랐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중국의 노동자들은 더는 무리한 저임금과 건강을 위협하는 공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일 시위와 폭동을 일으키고 있으며 비용 상승을 억누르려는 압력으로 인해 불량품과 유독 물질 함유 제품등이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값싼 물건에 대한 파동이 주기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값싼 물건에 중독된 소비 경제는 값싼 노동력, 값싼 에너지, 값싼 운송 시스템 같은 지속될 수 없는 성장의 기초를 지렛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상호 의존적인 세계적 연결망은 어느 한 부분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지면 모든 부분이 점진적으로 멈춰 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을 통해 고든 레어드의 관점을 읽으며 독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값싼 물건들이 가져올 재앙에 대해 통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내가 내고 이용하는 '가격'이 정확한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이메일은 무료인데 우리는 문자메시지에는 돈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항의 없이 우리는 그저 이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가격에 대해 가격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제스트 사가 아이스크림 크기를 줄이고 포장박스와 가격은 그대로 두었던 사례, 화장지 제조업체 퀼티드 노던 사가 화장실용 휴지 폭을 1센티미터 줄였던 사례 등,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보여주는 가격의 실체와 가격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가격심리학에서는 가치란 손에 잡히지도 않고, 상황에 따라 조건적으로 변하며, 유령의 집 거울에 비치는 모습처럼 흐느적거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설명하며 저자는 가격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감정의 집합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증명해낸다. 또한 행동주의적 의사결정 이론에 기여한 카너먼과 트버스키를 중심으로 이 분야에 기여한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이 이론이 밝힌 가격 심리학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격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 감정은 이제 뇌 스캔을 통해서 눈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상황만 달라지면 똑같은 가격이 할인된 가격처럼 보일 수도 있고, 또 바가지요금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가격의 변화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가격을 매긴다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행동 속에서 우리는 마음속의 욕망을 숫자라는 대중의 언어로 바꾸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전환이 놀랄 만큼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과정임이 밝혀주며 독자들로 하여금 집단적인 착각이며 위험한 조작 장치인 가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3. 완벽한 가격 CHEAP : 뇌를 충동질하는 최저가격의 불편한 진실
보스턴대학교 과학저널리즘학 교수인 엘런 러펠 셸이, 저가 시장이 팽배한 현재 상황을 분석한 책이다. 저가 상품이 넘쳐나는 지금 시장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인지, 저가의 함정에 빠져 도리어 잘못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게 한다. 염가 상품과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통해 그가 설명하는 시장의 문제점들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한국 또한 급격한 저가 시장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문제들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현대에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가격은 구매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소비자들은 저가에 현혹되고 저가 상품에 맹목적인 호감을 보인다. 그리고 기업은 그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저가 상품 생산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노점에서 가짜 시계를 사고,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안경을 아울렛에서 구입하고, 나중에 쓸 생각으로 지금 필요하지 않은 열쇠고리, 손전등, 수납상자를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는 것이 과연 올바른 소비일까?
지금의 저렴한 가격은 이제 마치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시장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그렇지만 저가 상품은 그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쉽게 망가지고,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쓸모가 없어지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만큼 쉽게 그 상품을 버려버린다. 가격만을 이유로 구입한 수많은 제품들은 한번도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집 구석에 놓이거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예전에 존재했던 적당한 가격에 믿을 수 있던 제품들은 지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엘런 러펠 셸은 현재의 저가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가 왜 저가 상품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품질을 제공하던 중간 계층의 상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설명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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