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어제 ℓ당 1943.22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1933.21원으로 상승 반전한 이후 계속 오름세다. 정유사들의 할인 조치로 3개월여 반짝 주춤했던 기름값이 할인조치가 끝난 7월 이후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달 들어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서울의 기름값은 이미 지난달 2일 ℓ당 2028.59원으로 역대 최고가(2008년 7월13일 2027.79원)를 경신했다. 이달 6일엔 처음으로 2030원대를 넘어서더니 어제는 2043.57원으로 9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ℓ당 2330원까지 받는 주유소가 있을 정도로 서울의 기름값 상승세는 가파르다.
기름값이 다시 오르는 건 국내 가격의 선행지표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최근 상승세인 데다 추석 때 수요가 많이 몰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인정해도 의문은 남는다. 왜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서울 지역 기름값만 치솟고 있는가.
서울 지역 기름값은 지난 1일 ℓ당 2018.34원에서 어제까지 약 2주 만에 25.23원 올랐다. 반면 부산 지역은 1935.24원으로 1일에 비해 고작 6원가량 올랐을 뿐이다. 같은 기간 충남은 5원, 경북은 1원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과 전국의 가격 차는 ℓ당 100.35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땅값, 인건비, 운영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 서울 지역 주유소의 기름값이 다른 지역보다 다소 비싼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에 비해 단기간의 상승 폭이 몇 배, 수십 배에 이르는 것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서울에는 직영 주유소가 많아 원가 상승 반영이 즉시 이뤄지고 수요에 비해 주유소 수가 적어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 여지도 적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점들이 두드러진 상승폭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서울 주유소들이 가격을 변칙인상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서울 지역 기름값의 지나친 상승 속도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름값에 관한 한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다. 몇 달씩 정유사를 압박하고 원가를 분석한다고 소동을 벌였지만 나온 것은 없었다. 이번에는 좀 제대로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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