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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사연구보다 접대 몰두하는 증권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시장이 요동칠 때 투자자들은 흔히 거래 증권사를 쳐다보는데 증권사 보고서가 오를 때는 '계속 오를 것', 내릴 때는 '투자에 유의하라'는 식의 뻔한 내용이라 실망한다.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증권사 영업행태가 공개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7개 주요 증권사의 2010 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 순이익이 2조3035억원으로 전년보다 6.8% 줄었으나 접대비는 1116억원으로 18.2% 증가했다. 증권사 영업일(252일)로 보면 접대비가 하루 평균 4억4000만원꼴이다. 접대에 큰돈을 쓰면서도 투자자에게 필요한 핵심 업무인 조사연구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사업보고서에 조사연구비를 명시한 증권사 16곳의 평균 조사연구비는 9억6000만원으로 전체 증권사의 평균 접대비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이러니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거시경제 전망이나 기업가치 분석, 포트폴리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초부터 시장이 널뛰는데도 시장 예보는커녕 상황 생중계에 바빴다. 일일시황 보고서가 평소의 절반으로 얇아졌고, 그나마 보고서를 내지 않는 곳마저 있었다.


증권사들로선 거래 수수료를 따먹어야 하는 영업특성상 접대비 지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은 큰손인 연기금과 법인을 상대로 식사와 술자리, 선물, 골프 접대 등을 자주 한다. 그러다 한 증권사가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워크숍 비용 수백만원을 댔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조사연구보다 접대에 신경쓰다 보니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장밋빛 일색이다. 기관투자가의 눈치를 보는 데다 일반 투자자들이 추천 종목으로 자주 갈아타야 매매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므로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전망보다는 낙관적 전망으로 고객 끌기에 바쁘다. 지난해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1575명이 제시한 투자의견 가운데 매도 비중은 0.2%에 그쳤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 16.8%에 비춰볼 때 국내 증권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조사연구비가 접대비보다 적은 후진적 영업행태를 벗어나지 않는 한 글로벌 수준의 증권사 탄생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몸집이 커져도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샅바 싸움에서 벌렁 나가자빠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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