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 '창의성 열풍' 좀 쉬어가자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뷰앤비전] '창의성 열풍' 좀 쉬어가자 임 웅 한국교원대 교수
AD

창의성이란 단어는 이제 우리사회의 중요한 아이콘이 됐다. 물론 한 시대의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 세력이 쉽게 약해질 것 같지는 않다. 창의성은 포기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혹은 아인슈타인이 될 수만 있다면 이는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만약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내가 누리게 될 부와 명예는 굳이 상상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창의성이란 단어는 우리 사회의 모든 기업과 학교, 그리고 가정에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무혈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창의적 리더십이라든가 창의적 조직관리 등 기업의 교육과정에는 습관적으로 '창의'라는 접두어가 포함되어 있고, 거의 모든 학교의 교육목표가 창의와 인성으로 귀결되는 현실은 우리사회의 창의성에 대한 열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창의성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이런 창의성 열풍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 학문 분야 중에서 이처럼 각광받는 학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런 다행과 감사의 마음만큼이나 불편한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창의성에 대한 지식이 우리 사회가 재촉하는 창의성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한가에 대한 자신은 없다. 우리 사회에서 거침없이 확대되는 창의성에 대한 증폭된 관심의 근거는 세상을 변화시킬 위대한 '발명과 발견'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창의에 대한 담론은 정확한 이론과 실증적 데이터에 기대고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대답이다. 물론 창의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정확한 이론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으나 그런 실제적인 적용도 어느 정도의 이론적 논의가 기반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막연한 상식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데 다양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나를 보고 하나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하나를 보았을 때 열 가지를 생각하는 것이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다. 이런 믿음을 근거로 창의성 교육에는 다양한 사고, 즉 확산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정이 포함된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DNA의 구조가 2중 나선임을 밝혔던 왓슨과 클릭의 창의성은 2중이나 3중 혹은 4중, 아니라면 5중 등등 다양한 모델을 가정했기 때문에 발현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왓슨과 클릭은 처음부터 2중 나선 한 가지 가능성만을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러한 가정은 철저하게 그들의 선행지식에 근거한 확신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창의성을 발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사고를 촉진하는 것은 어쩌면 의미 없는 시간낭비일지도 모른다.


관심의 크기는 결과에 대한 기대의 크기와 비례한다. 양적으로 증폭되는 창의성에 대한 관심은 창의성이 가져올 결과가 그만큼 가치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구호나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 진정으로 창의성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의 실현을 원한다면, 이제는 잠깐 숨 고르기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저 모든 곳에 창의라는 단어를 끼워 넣는 것만으로, 그래서 우리 모두가 창의를 외치는 것만으로 창의성이 발현될 것이라는 믿음은 지나치게 소박한 가정일 뿐이다. 잠깐 숨을 고르고 우리가 지나온 길과 지금 서 있는 곳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곳에 대해 정밀하게 진단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 잠깐의 숨 고르기,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창의적인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임 웅 한국교원대 교수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