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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가 힘이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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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가 힘이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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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16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온녕군(윤승원)을 죽인 승유(박시후)는 아버지 김종서(이순재)의 호인 대호를 표식으로 남기고, 즉위를 앞둔 수양(김영철)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살아서 김종서는 죽어서도 김종서”였다. <공주의 남자>의 갈등을 이끌어가는 건 여전히 아버지들의 세계다. 어제 상왕으로 물러나게 된 단종(노태엽)의 슬픔이 가장 고조되었던 장면은 그가 텅 빈 대전을 바라보며 아버지 문종(정동환)의 마지막 순간과 “사력을 다해 마마를 지키겠다”던 김종서를 회상하는 순간이었고, 곤룡포를 입은 수양의 등극신은 계유정난 피의 학살신과 교차되며 한층 극적으로 연출되었다. 물론 젊은이들의 비극적 로맨스라는 미시적 사연보다 아버지들의 치열한 욕망과 갈등이 부딪혀 만들어내는 역사가 더 강렬한 이야기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둘을 결합하고 전자에 더 방점을 찍는 드라마에서 여전히 후자의 요소가 극의 긴장감을 좌우한다는 것은 <공주의 남자>의 일관된 딜레마다.


그리하여 살아 돌아온 승유보다 죽은 김종서의 호가 더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안에서 세령(문채원)의 저항과 승유의 복수가 이끌어내는 감정의 밀도는 미약할 수밖에 없다. “나 같은 어른들이 수양을 막았다면 너희들에게 이런 비극은 없을텐데”라 말하던 이개(엄효섭)나 복수가 전부인 인생은 허무하다며 차라리 세령과 도망가 살라는 석주(김뢰하)의 말처럼 이 격동의 이야기 속에서 세령과 승유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려면 역시 세령과 승유의 더 적극적인 각성과 성장이 필수적이다. 공주가 된 세령은 과연 말뿐인 저항을 벗어나 극 초반처럼 과감히 궁과 신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승유의 복수는 사적 차원을 벗어나 역사적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계유정난과 단종 양위를 마무리한 극에서 앞으로 남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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