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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歸農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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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歸農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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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높고 맑다.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가을이 익어간다. 지난 여름 내내 햇볕다운 햇볕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비실비실하던 오곡백과가 가을 햇살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영글어 가고 있다. 농부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긴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유실되거나 쓰러진 농작물도 많았지만 그나마 살아남은 것들을 보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추수를 한다는 것은 '거둠'과 동시에 '나눔'이기도 하다. 가족은 물론이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도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기쁜 계절이다. 가을은 추수와 수확의 계절이며 이를 대변하는 명절이 바로 추석이다.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풍성한 곡식과 열매들로 마음도 밥상도 풍족해지는 때이다.

고향을 떠나온 도시민들이 명절을 맞아 저마다의 고향으로 발길을 향하고 적적하던 시골마을은 모처럼 시끌벅적해진다.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행렬을 보고 있으면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떼의 행렬이 문득 떠오른다. 어미 연어의 희생으로 어린 연어가 망망대해로 나서듯 부모의 희생과 헌신으로 자식이 성장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것이다.


아무 조건 없이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고 한평생 힘들게 일하다 늙어버린 부모가 외롭게 살고 계신 고향을 향하는 추석 귀성길. 자식이 열매라면 부모는 뿌리다. 도시가 열매라면 농어촌은 뿌리다. 농어업은 전통사회부터 지금의 발전이 있기까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끌어온 산업이다. 지금도 여전히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생명산업이자 국토와 환경을 보전하는 환경산업이다.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서 뿌리의 역할이 없다면 아름답고 실한 열매가 어떻게 열릴 수 있겠는가?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발전과 번영이 있다. 이번 추석에는 평소 잊고 지냈던 보이지 않는 뿌리의 소중한 희생과 수고로움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겨보자.

추석을 맞아 고향을 오가는 길, 우리의 농촌을 관심 있게 살펴보자. 부모님과 조상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듯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농어업을 다시금 되새겨보자. 농어촌이 어렵다는 말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식상한 말이기도 하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농어촌의 발전적인 변화들을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귀농ㆍ귀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농촌인구의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농촌이 조금씩이나마 활력을 가져가고 있다. 또 지금까지 생산에만 관심을 가져왔던 농어업이 가공과 유통, 문화 등 2ㆍ3차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농어업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점 역시 그렇다. 이제는 농사일 그 자체가 하나의 체험관광 상품이 되고, 도시 아이들에게 학습이 되는 생각의 변화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농어업의 새로운 변화에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농어업과 농어촌을 바라보는 도시민들의 시각이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와 소중함을 아는 도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 하고 일시적 기상이변이 아닌 '상시적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농업생태환경도 크게 변함에 따라 먹거리의 안정적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즘은 이농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귀농을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농촌에서의 새로운 희망을 말한다.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농어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우리 농민들의 한 해 노력과 고충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뜻깊은 명절을 만들자. 어디에도 쉬운 길은 없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길, 바로 우리 농어업, 농어촌이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허윤진 농어촌公 사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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