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수료 인하 발표에 유통업체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유통분야 동반성장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백화점 3사, 대형마트 3사, 홈쇼핑 5개사 등 총 11명의 CEO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만난 자리였다.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50여분 이상 더 진행됐고, 그로부터 1시간여 뒤에 공정위는 유통업체가 3~7%이상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방적인 인하 요구가 아닌 자율적 논의를 통한 합의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사실상 강제로 수수료를 내리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독재정권도 아니고, 정부가 업계 대표들 불러 모아 단체로 수수료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것이 현 시대에 맞는 일”이라며 “말도 안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단순히 매출 감소로 인한 수익악화도 문제지만 공정위에서 근거로 내민 자료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내에 대형마트가 출범한 것이 10년 안팎”이라며 “당시에는 투자초기로 적자를 보던 시기인데 그렇다면 지금도 대형마트 들이 적자를 봐야 정상인 것이냐"고 토로했다.
공정위가 3대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당기순이익(2001년 대비 2010년)은 7.1배, 매출액은 2.7배 증가’라고 발표한데 대한 반발이다.
관계자는 "일례로 대형마트가 물류센터 등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전국 백여개 매장에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적자를 감수하고 이어온 투자가 반영돼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인데 이 같은 성장 과정은 반영되지 않은 왜곡된 자료”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홈쇼핑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는 공감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안은 무리가 있어보인다”고 전했다.
또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업체별로 해외진출이나 투자계획 등을 갖고 있지만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해 투자여력이 줄어 장기적인 경쟁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 유통업계는 답답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정위를 통해 발표가 이뤄진 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10월부터 수수료를 인하해야 하는 만큼 당장 준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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