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준영 기자]'후보 단일화 뒷돈 거래' 의혹에 휩싸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오전 11시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 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곽 교육감의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곽 교육감은 소환에 앞서 '선의로 돈을 줬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곽 교육감을 상대로 박 교수에게 올해 2~4월 6차례에 걸쳐 건넨 2억원의 대가성 여부와 이 돈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검찰은 후보 사퇴의 대가였음을 주장하는 박 교수측 진술과 녹취록, 박 교수의 요구사항이 정리된 문건 및 당시 양측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진술로 곽 교육감을 압박하면서 실제 곽 교육감이 건넨 2억원에 판공비와 교육청 특수사업비, 선거비용 잔금 등 공금 성격의 돈이 섞여 있는지, 박 교수가 주장하는 7억원의 일부인지에 대해서도 확인중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의 신분을 이미 피의자로 정한 만큼 이날 조사가 끝나면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시작으로 곧장 사법처리 절차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두에 대비해 4일 변호인과 6시간 넘게 논의를 벌인 곽 교육감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시교육청을 나서 검찰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또 "저의 선의를 범죄로 곡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의 전 인격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말로 결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4일 교육감 선거 당시 곽 교육감 캠프의 회계책임자였던 이보훈씨를 불러 '이면합의가 있었으며, 단일화 이후 이 사실을 곽 교육감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5월과 2억원이 전해진 올 2~4월 사이 곽 교육감이 이면합의 사실을 알았다면, '선의의 지원'이라는 그의 주장은 흔들릴 공산이 크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교수 측은 2억원을 나눠받은 올 2~4월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자금흐름 무마용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사정이 어려워진 박 교수에게 곽 교육감이 돈을 빌려줬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 이날 곽 교육감에 대한 조사 이전엔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또 곽 교육감의 부인 정모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2억원의 출처가 정씨와 정씨의 언니 등이라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실제 이 돈에 판공비, 교육청사업비를 비롯한 공금 성격의 돈이 섞여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제시하는 근거가 선거 당시 양측 캠프 관계자들이 이면합의를 맺었다는 진술 외엔 돈을 요구한 박 교수 본인의 진술과 녹취록에 상당부분 의지하는 만큼, 후보사퇴 후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진 박 교수가 곽 교육감의 인도적 지원에도 불구 악의적 폭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은 곽 교육감에게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및 이해유도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 죄목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으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곽 교육감은 직위를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곽 교육감은 선거운동 보전비용 35억여원도 토해내야 한다.
검찰이 추가소환 없이 5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검찰과 곽 교육감 측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