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비관론···자문형랩도 주식 비중 낮춰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자산운용사들이 굴리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약 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급락장을 맞아 주식펀드로 자금이 쉼없이 들어오고 있지만, 벌써부터 보수적인 자세로 전환한 운용사들이 주식매입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1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의 평균 주식편입 비중은 92.10%(선물 미반영)를 기록했다. 이는 리먼 사태로 코스피가 800포인트대로 추락하던 무렵인 지난 2008년 10월24일(89.29%)이후 최저치다.
펀드의 주식비중은 지난 1월말(97.63%)에 비해서는 5.5%포인트 낮은 수치로, 급락장이 시작된 8월초이후로 3.9%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8월 한 달간 국내 주식형펀드(인덱스펀드 제외)로 순유입된 약 2조800억원의 신규자금 가운데 60%에 달하는 1조2600억원 가량을 현금성 자산으로 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8월 증시의 변동성이 컸던 만큼 펀드들이 보수적으로 시장을 보며 저점을 확인하는 신호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당장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양대 운용사인 미래에셋과 삼성자산운용이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비중을 줄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비중은 7월말 93.6%였으나 한달새 87.3%로 6.3%p줄였다. 미래에셋맵스는 91.9%에서 86.9%로 낮췄다.
삼성자산운용도 95.9%에 이르던 주식비중을 8월말까지 90.2%로 5.7%p 내렸다. 메리츠운용(88.3%)과 현대자산운용(88.2%) 역시 주식비중을 80%대로 낮추면서 위험에 대비했다.
KB자산운용의 송성엽 주식운용본부장은 "8월중 주식편입비중을 2%p 정도 줄였다"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매수 주체가 외국인인데 꾸준히 살 자금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국내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자문형랩은 더욱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낮추고 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주식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주식형펀드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상당히 유연한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코스피가 1900선을 회복하면 랩 상품 주식 비중을 50% 수준으로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문 본부장은 "당분간 세계 각국과 국내 증시가 큰 폭 반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국인이 본격 매수세로 전환하는 시점까지는 보수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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