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서정은 | 스타일리스트의 '핫 아이템'
필자는 옷차림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부터 안목, 가족 관계, 교육 수준, 라이프스타일, 직업 등 아주 다양한 면면을 짐작할 수 있다. 그건 마치 피부 관리사가 어떤 이의 피부를 보며 어떤 생활을 하는지, 의사가 환자의 내시경을 보며 어떤 식생활을 하고 사는지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남자가 옷을 잘 입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바지 밑단 아래를 내려다보라는 얘기가 있다. 구두, 그것만큼 사회적 지위와 품위, 옷에 대한 안목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아이템은 없다. 슈트나 다른 어떤 소품보다도 구두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남성이 슈트를 입을 때 겪는 문제가 있다. 바지를 너무 길게 입는 것, 그리고 손질을 하지 않아 낡은 신발을 신는 것. 그러면 전체적으로 지저분해 보이게 된다. 반면 슈트의 원류인 유럽 남성들을 보면 대부분 ‘제대로 슈트 입는 법’을 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제대로 입는 법’에 접근하는 가장 쉬운 방법. 그건 차콜 그레이(석탄만큼 진회색)나 연한 회색, 브라운, 네이비 등 블랙이 아닌 클래식 슈트에 갈색 구두를 신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일이다.
몇가지 더 추가한다면 정장 안에 입는 셔츠는 한여름이라도 긴팔이어야 한다는 것. 칼라의 각도는 90~120˚ 벌어져야 한다. 셔츠 주머니는 한 개 정도 있는 것은 괜찮지만 없는 것을 클래식으로 친다. 바짓단은 서있을 때 구두끈 매듭을 살짝 가리는 정도의 길이로 손질되어 있어야 한다.
남자의 클래식 구두는 크게 '옥스퍼드'와 '슬립온'으로 나뉜다. 옥스퍼드는 발목 아래쯤에 낮게 커트되고 끈 구멍이 세 개 이상 있는 끈 달린 구두를 말한다. 슬립온은 말 그대로 미끄러지듯이 신는 신발로 로퍼나 벨트 같은 고리로 발등을 장식한다. 슈트의 공식에서는 옥스퍼드, 즉 끈을 묶는 구두를 클래식 슈트와 함께 매치하는 것이 절대적인 룰이다. 물론 그것도 갈색 슈즈여야 한다.
몇 해 전 행사가 있어서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 옆 영국 대사관에 간 일이 있다. 영국의 대사는 연한 회색의 슈트에 자주색 타이와 양말, 연한 핑크 빛이 감도는 셔츠에 오래되어 보이지만 잘 손질되어 반짝이는 브라운 슈즈를 신었다. 그의 첫인상은 사치스럽진 않았지만 멋있었고 고급스러웠으며 원칙을 준수하고 절제할 줄 아는 ‘신사’ 그 자체로 다가왔다. 신발이 첫인상에 작용하는 건 그런 식인 것이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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