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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으로 세상과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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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앓는 아들과 어머니, 커피숍 함께 운영하며 인생즐겨

커피향으로 세상과 통하다 홍대 인근 커피숍 'with coffee'의 공동대표 이승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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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저희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직원은 자폐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28년 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 남들이 잘 몰라볼 정도로 많이 개선됐습니다… 언어와 상황대처에는 문제가 있어 손님께 결례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많은 양해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근처 커피숍 'With Coffee'. 가게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이런 내용의 '호소문'이 걸려있다. 주인공은 가게 대표 권순옥(58)씨의 아들이자 공동대표이며 2살 때 자폐 판정을 받은 이승진(30)씨다. '플렉스-풋 치타'라고 불리는 의족을 디딤돌 삼아 세상에 우뚝 선 남아공 육상선수 피스토리우스처럼 이씨는 커피와 가게, 가게를 찾는 사람들을 발판삼아 세상과 소통하는 중이었다. 언제나처럼 양 손을 귀 옆에 바짝 가져다 흔들며 "어서오세요"라고 손님을 반기는 이씨와 어머니 권씨를 25일 오후 가게에서 만났다.


이씨가 태어날 때부터 자폐 판정을 받은 건 아니었다. 2살 때부터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피하기 시작하더니 말하는 능력까지 퇴행해버렸다. 결국 생후 35개월에 자폐증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권씨는 이때부터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권씨는 교실과 복도, 운동장에서까지 그를 지켜보고 돌봐야만 했다. 아들이 친구들한테서 무시당하거나 놀림을 받을까봐 되도록 깨끗한 옷을 입혔고 도시락 반찬에도 정성을 쏟았다. 하나하나 칼집을 내고 치즈를 말아 김으로 리본장식까지 한 햄을 반찬으로 싸주기도 했다. 권씨는 "단순히 좋은 반찬을 먹이고 싶은 게 아니라 '제 자식은 귀중합니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집단구타를 당해 온 몸에 피멍이 들기도 했다. 곱지 않은 시선과 노골적인 차별, 주위의 괴롭힘에 분통이 터지고 좌절했지만 권씨는 '나도 내 자식이 장애가 없었다면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겠지'라는 생각으로 참고 또 참았다. 권씨는 용기를 내서 아들을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시켰는데, 여기에서도 구타가 이어져 결국 특수학교로 전학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상처로 점철된 학창시절을 보낸 이씨. 어머니 권씨는 아들을 언제까지 싸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으로 끌어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일으켜 세우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권씨가 택한 건 '사람'과의 '소통'이었고, 아들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생활기반으로 커피숍을 생각해냈다. 이런 다짐에서 탄생한 가게가 2009년 문을 연 'With Coffee'다. 가게 문을 열면서 아들을 공동대표로 세웠다. 대표 겸 직원인 이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손님을 맞고, 커피를 만들며 청소까지 한다. 재고 파악이나 재료 구입도 문제가 없다. 이씨 손을 거쳐간 커피가 5만 잔을 넘겼다는 게 권씨 설명이다.


권씨는 본인이 가게를 돌보는 시간을 조금씩 줄여 요즈음은 하루에 1~2시간만 근무한다. 이씨가 자리를 잡아가면서다. 권씨는 "아들이 인지능력 문제로 가끔 손님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사정을 모르고 항의를 했다가 나중에 사연을 눈치채고 사과하는 손님도 계시다"고 말했다. 2층 어귀에 있는 호소문을 읽어본 경우라고 한다. 권씨는 "자폐라는 장애는 평생 안고 가야 하지만 아들이 사람들 속에서 소통하는 삶을 살도록 해주고 싶었다"면서 자폐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사람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도 간절하게 소통을 갈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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