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함정 속에 안한다던 휴대폰 사업까지, 무소불위 권력 휘둘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2003년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슬로건을 내 걸었다. 검색 시장을 빠르게 지배해 갈때도 광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용자들에게 광고 수익을 나눠줄때도 이 슬로건은 구글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표시해줬다.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스마트폰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사악해지지 말자'는 슬로건은 변질되기 시작했다. '공짜'라는 미명아래 반 애플 전선을 구축하며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을 끌어모으더니 이제는 휴대폰 사업에 직접 나서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1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개발자 및 관련 업체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것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정책"이라며 "중소업체들은 애써 단말기를 만들고도 구글 인증을 못 받아 제품 출시를 미루고 개발자들은 불법복제가 만연하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유료 애플리케이션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발생한 LG유플러스의 데이터망 불통 역시 구글의 서버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구글의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대량의 과다 트래픽을 발생시켜 LG유플러스측에서 결국 데이터망 자체를 차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는 "2일 한국에서 안드로이드 기기가 무선데이터망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해결한뒤 추후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면서 "서버 네트워크에 일부 이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글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오류에 대해선 부정했다. 단순한 네트워크 오류였다는 것이다.
통신사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도 안드로이드의 구글 인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는 누구나 가져다 사용할 수 있지만 구글 계정과 연동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구글의 인증이 꼭 필요하다. 구글이 인증을 해주지 않으면 안드로이드 마켓을 사용할 수 없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중소업체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 개발을 마친 뒤에도 구글 인증을 받지 못해 '반쪽짜리 안드로이드 기기'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수개월 후 인증을 받았지만 이미 시장은 경쟁 제품들이 만연해 고초를 겪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모토로라까지 인수하자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올게 왔다'는 심정에 이르렀다. 잦은 OS 업그레이드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스마트폰 업체들은 매번 소비자들의 'OS 업그레이드는 언제 해주느냐'는 성화에 시달린다.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만들면 자사 제품에 최신 OS와 기능을 먼저 집어 넣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업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지금도 HTC와 삼성전자가 만든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과 '넥서스S' 위주로 OS 업데이트를 우선 실시하고 있다.
개발자 역시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기본 전략이 광고+무료앱이다 보니 유료앱의 경우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안드로이드용 유료앱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블랙마켓'이 성행하고 있다.
결국 공짜라는 함정속에 스마트폰 제조 업체, 통신사, 개발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든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구글이 만들고자 하는 거대한 모바일 광고 시장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결국 구글이 원하는 것은 수익을 책임지는 모바일 광고 시장을 위한 거대한 광고판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모토로라 인수야 말로 이 같은 구글의 야심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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