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최근의 패닉 증시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희비가 엇갈린 기업들이 있다. 매매정지로 추풍낙엽의 폭락장을 절묘하게 피한 '운수대통'의 산성피앤씨와 하필이면 이때 상장해 투매 후폭풍을 제대로 맞은 '억세게 운 나쁜' 제이씨케미칼이 그들이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산성피앤씨는 계열사인 프로스테믹스와 리더스코스메틱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해 지난 8일과 9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산성피앤씨의 매매가 정지된 이틀은 코스닥 시장이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의 폭락장이었다. 이틀 동안 코스닥 종합지수가 62.67포인트(12.6%) 하락했고, 코스닥 업체 대부분이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산성피앤씨는 거래정지 덕분에 주가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것으로 끝났다면 행운이 아니다. 산성피앤씨의 거래가 재개된 10일은 6일간 이어진 하락장이 반등으로 돌아선 시점. '소나기'를 피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주가가 거래정지 전보다 4.74%나 올랐다. 시장 전체의 반등세와 합병에 따른 사업다각화 기대감이 겹친 덕분으로, 장중엔 주가가 상한가 턱밑까지 치솟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합병되는 회사가 세 곳이나 되고, 지분 관계도 복잡하다보니 거래소가 합병내용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이 때문에 통상 몇 시간이나 하루 정도면 충분한 거래정지가 이틀이나 걸렸는데 오히려 '천운'으로 작용한 셈이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면 제이씨케미칼은 지독히 운때를 잘못 만난 경우다. 하필이면 3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지난 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시장에 제대로 이름조차 알리지 못한 채 폭락장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바이오디젤 업체인 제이씨케미칼은 철저한 검증없이는 기업공개(IPO) 업무를 잘 맡지않는 삼성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을 정도로 내실있는 업체다. 상장 직전 청약 경쟁률도 115대 1에 달할만큼 높았다.
하지만 때를 잘못 만난 탓에 상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그것도 8일 하루가 아니라 10일까지 3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다. 10일 종가는 6360원으로 공모가(7200원) 대비 11.6% 낮다.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를 받아보지도 못한 채 투매 쓰나미에 휩쓸린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증시가 다 안좋다보니 이해하려고 하지만 솔직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상장 시 임직원 모두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 사정과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는 것이므로 시장이 진정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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