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 밤 뉴욕증시가 또 급락했다. 이번에는 프랑스였다.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도 강등될 수 있다는 소문에 공포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모두 프랑스의 신용등급 유지 입장을 밝혔으나, 프랑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장 중 165bp까지 치솟았다.
'버냉키 약발'도 하루짜리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초저금리 유지 조치는 발표 하루 만에 '실제로는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더 큰 힘이 실리며 투자심리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519.83포인트(4.62%) 하락한 1만719.94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도 51.77포인트(4.42%) 내린 1120.76을, 나스닥 지수도 101.47포인트(4.09%) 빠진 2381.05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책부재를 들었다. 부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는 정부가 점차 금융시장에서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위기의 가장 큰 악재는 3년 전 위기 때 사용했던 방법들이 앞으로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대중들의 두려움"이라며 "현재의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시장이 스스로 내적인 힘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경제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리거나 국채를 사 주는 전략 보다는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경제주체인 기업이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9일 장 중 저점 1684를 적용하면 코스피는 단기간에 무려 21% 급락했다. 현재로서는 글로벌 경제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하반기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주가수익비율(PER)이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
김 팀장은 "자생적인 성장동력 확보와 이를 겨냥한 과감한 기업들의 투자가 전개되기 전까지 적어도 3분기는 코스피가 상단과 하단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1680선(PER 7.6배)을 저점으로 기술적 반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2000선을 고점으로 한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뚜렷한 방향성보다는 당분간 위축된 투자심리를 추스릴 시간과 모멘텀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따라서 상승이나 하락의 방향성을 기대한 매매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옵션 만기에 따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틀간 2조3000억원의 차익거래 청산이 집중되면서 만기 관련 매물 부담은 상당부분 줄었다는 평가다. 베이시스 저평가에 따른 프로그램 순매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나 리버셜 개선에 따른 종가 프로그램 매수 유입 가능성도 점쳐졌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외 악재에 무게를 실어 금리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3.25%.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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