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008년 10월의 반복이다. 주식시장이 패닉(공황)에 빠졌던 지난 8일과 9일, 코스닥시장은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됐다. 금융위기로 세계 증시가 폭락하던 2008년 10월에도 23일과 24일 연속으로 코스닥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10% 이상 급락한 상황이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지수가 10% 이상 빠질 정도면 절반 이상의 종목이 하한가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하루도 아니고 이틀 연속으로 펼쳐졌으니 투자자들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2008년과 2011년 모두 10% 이상 지수가 빠진 것은 코스닥시장이지만 코스피지수의 낙폭도 적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10월23일 장중 9.35%, 10월24일 장중 11.83%까지 떨어졌었다. 10월24일 코스피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지 않았던 것은 오후 2시 이후엔 발동되지 않는다는 규정때문이었다. 지난 8일과 9일 코스피지수의 종가기준 하락률은 각각 3.82%와 3.64%였다. 하지만 이틀 연속 장중 기준으로 1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시장 분위기는 공포가 뒤덮었다. 24일 장중에는 사상 최대폭인 180포인트 이상 밀리기도 했다.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 직전일, 지수가 급락한 점도 비슷하다. 2008년 10월22일 코스닥지수는 4.40%, 코스피지수는 5.14% 내렸다. 이번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 직전일인 지난 5일 코스닥지수도 5.08%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3.70%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9일까지 6거래일 연속 2% 이상 하락하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2008년 10월엔 월초 1400대던 코스피지수가 약 3주만에 900선으로 폭락했다.
이 시기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팔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외국인은 장이 폭락하던 10월22일부터 24일까지 3거래일간 735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해 10월1일부터 24일까지 순매도 누적금액은 4조3559억원이나 됐다. 최근 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누적금액도 3조2517억원이나 된다. 이 기간, 외국인은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닥시장의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두번의 시기, 시장의 움직임은 복제한 듯 유사하다. 그렇다면 2008년 10월 이후 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시장은 이때를 기점으로 반등을 본격 시도했고, 불과 7~8일만에 저점대비 30% 이상 급반등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 다음 거래일인 10월27일 장중 4.96% 떨어진 892.16을 바닥으로 11월5일 장중 1217.82까지 회복했다. 코스닥의 회복은 하루 더 시간이 필요했다. 10월27일 5.60% 하락에 이어 28일에도 장중 6.18% 떨어진 245.06으로 사상 최저치 기록을 깨고서야 반등을 시작했다. 반등의 기세는 더 강했다. 10월28일에만 4.30% 상승마감으로 하루 상승폭이 10%를 넘었고, 그해 11월5일 장중 358.86까지 급등했다.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각), 5% 이상 급락하며 국내증시까지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던 미국증시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201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발표 후 4% 이상 상승하며 마감했다. 미국발 공포가 일단 진정됐다. 증시가 2008년 10월의 극적 반전도 되풀이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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