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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MB 순장조' 장관들, 비전은 뭔가

시계아이콘01분 38초 소요

[박명훈 칼럼]'MB 순장조' 장관들, 비전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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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막장 드라마에 '출생의 비밀'이 있다면 공직자 인사청문회에는 '의혹 3종 세트'가 있다.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청문회는 국민의 혈압을 높인다. 3종 세트의 메뉴는 위장전입, 병역, 부동산 투기다. 예외는 없다. 지난주 검찰총장 후보자나 오늘 열린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이 나오고 아들의 병역 의혹이 제기됐다.


청문회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모두들 의아해 했다. 좋은 머리, 어려운 시험에 붙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그 높은 자리에 오른 공직자들이 왜 그랬을까. 자기관리에 엄격하지 못하고 도덕성을 허물었을까. 명예가 있는데 돈은 왜 밝힐까.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다. 의혹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위장전입과 병역비리, 땅 투기는 출세 가도의 디딤돌처럼 여겨진다. 지도층의 도덕적 추락이 국민의 평균적 도덕의식까지 끌어내렸다.


청문회를 통과했다 해도 그렇게 출발한 인물이 신뢰와 존경을 받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의 얼굴에서 땅 투기가 떠오르고 요리조리 둘러대던 표정이 어른거리는데 어떻게 믿음이 가겠는가. 시작이 그러하니 끝도 아름답지 않은 법. 그들이 떠날 때의 뒷모습은 대체로 쓸쓸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임명직'이라는 장관들이 명예로운 퇴장보다는 갑자기 사고를 치거나 국면전환용으로 물러나는 게 한국적 풍토다. 그러면 그들은 강당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아리송한 사자성어로 가슴속 한을 털어내고 떠났다.

'5ㆍ6 개각'도 100일이 다 됐다. 이때 들어온 장관이나 이후 임명된 청와대 특보에게는 'MB순장조'라는 섬뜩한 수식어가 붙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최후의 인사라는 뜻이다. 바람 잘 날 없는 정치풍토에서 '순장'을 장담키 어렵지만 남은 기간이래야 1년 반. 가능성은 제법 높다. 이 대통령은 "평지를 걷듯 임기 말까지 가겠다"고 했지만 정권은 이미 내리막길이다. 이 정권 최후의 장관들은 무엇을 남기고 어떤 모습으로 떠날 것인가.


얼마 전 한 장관의 인상적인 퇴장이 있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퇴임식. 떠나는 '부하' 장관 앞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나란히 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게 민간인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고 마지막 한걸음까지 배웅하면서 최상의 예우를 다했다.


45년간 8명의 대통령을 보좌했다는 게이츠. 그는 오바마의 사람이 아니다. 공화당 대통령인 조지 W 부시가 국방장관에 임명한 공화당원 출신이다. 정권 교체에도 그는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 대통령 오바마의 모험이었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넘나들었지만 어느 쪽에도 적은 없었다. 헌신과 유연한 리더십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게이츠는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과 청렴, 용기를 리더의 필수 자질로 꼽았다. 권력형 비리와 리더십 부재 논란이 끊이지 않은 한국 사회에 울림이 큰 말이다.


우리 장관들에게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리더십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멋진 뒷모습만은 한 명쯤 보고 싶다.


나라가 어렵다. 세계 경제가 요동친다. 진정 비전 있는 각료, 리더십 있는 장관이 필요한 때다.


순장조 장관들의 비전은 뭔가. 임기까지 무사하기인가. 회의는 춤추지만 아이디어는 없다. '지성적으로 생각하라'며 국민을 훈계하는 장관, 기업을 윽박지르는 장관, 선거구나 챙기는 장관, 대통령이 없다고 국무회의를 빠지는 장관.


장관이 예전의 장관이 아니듯 국민도 예전의 국민이 아니다. 허풍과 교만, 무능은 현란한 관치의 언사로 덮이지 않는다. 강대국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대혼란의 시대다. 'MB순장조'를 자임하는 장관이라면 이 나라, 이 시대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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