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지난 2007년 세계 3대 유통업체인 영국 슈퍼마켓체인 테스코가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월마트와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 3년여 간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쳤고 대형마켓과 편의점 사이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 결과물이 ‘프레쉬앤이지(Fresh&Easy) 네이버후드 마켓’ 브랜드였다.
팀 메이슨 마케팅·E커머스부문 전무이사가 미국사업부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프레쉬앤이지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해산물 등을 소비자들의 생활공간 근처에서 공급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편하고 쉽게’라는 뜻의 브랜드명도 이러한 계획 아래 만들어졌고 매장공간도 창고형 마트보다 작은 규모로 확보했다. 같은 해 2월 캘리포니아에 첫 매장을 냈고 월마트의 영향력이 덜한 미국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미국 진출 5년째인 지금 프레쉬앤이지의 성적표는 아직 성공이라고 보긴 힘들다. 매출은 2008~2009년 2억파운드에서 2010~2011년 5억파운드로 뛰었고 매장수도 약 300곳에서 1070곳으로 늘었지만 3년 연속 총 5억7400파운드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는 매장 13곳의 문을 임시로 닫기도 했다.
그러나 팀 메이슨 프레쉬앤이지 CEO의 입지는 오히려 더 커졌다. 지난 3월 14년 동안 테스코를 이끈 테리 리히 회장이 은퇴한 뒤 아시아·유럽지역을 밭아 온 필립 클라크 이사가 후임으로 지명됐고 역시 유력한 후임으로 꼽혀 온 메이슨도 테스코의 부CEO 겸 CMO(최고마케팅책임자)로 더 큰 중책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소매시장에서 웨이트로즈 등 경쟁업체들이 약진하면서 테스코의 매출은 4주 연속 둔화세를 보였다. 때문에 그동안 미국 시장 진출에 주력했던 테스코가 영국 내수시장에도 신선식품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프레쉬앤이지 체인을 영국에도 낼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클라이브 블랙 쇼어캐털 애널리스트는 “메이슨 CEO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테스코 본사의 마케팅 전략 영향력도 줄어들었다”면서 “그가 다시 돌아오면서 메이슨의 힘이 그룹 전체에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메이슨이 그룹의 ‘본진’이 있는 영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냄에 따라 상대적으로 미국의 프레쉬앤이지가 힘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오히려 메이슨 CEO가 요즘 중부유럽과 아시아 등에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시장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그가 단순히 영국에서 ‘안방 정리’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슨 CEO 역시 “두 사업부문의 노하우를 교환할 수도 있겠지만 테스코는 영국 시장에, 프레쉬앤이지는 미국 시장에 각각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을 소홀히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비 중인 매장을 재개장하는 한편 테스코의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클럽카드 적립서비스 제도를 미국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12~2013년은 프레쉬앤이지가 미국 시장에서 손익균형을 이루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