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격식차린 딱딱한 예식은 해 봤으니까 간소하되 하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웨딩을 해보고 싶었어요”
2009년 이혼한 하인희(가명·33)씨는 지난 6월 다시 면사포를 썼다. 첫 번째 결혼은 경직된 분위기에 하객들만 잔뜩 모인 일반 예식장에서 치렀지만 이번 결혼식은 두 번째인 만큼 가족·친지만 초대해 하객을 최소화하고 국내 특급호텔 레스토랑 바에서 이색 웨딩을 진행했다.
양가 부모님과 친척, 신랑·신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모인 70명 하객 앞에서 주례없이 혼인서약을 맺었다. 피로연을 따로 진행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곧장 칵테일 파티가 이어졌다. 하객들은 레스토랑에서 자유롭게 자리를 이동하면서 신랑·신부에게 덕담을 건넸다. 12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 예식이었지만 지루하고 딱딱한 예식장에 왔다는 느낌이 아니라 주말 파티를 즐겼다는 기분에 흠뻑 취했다.
12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간소하면서도 특별한 예식을 원하는 재혼 커플을 겨냥해 호텔 바에서 예식을 치르는 서비스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리츠칼튼 호텔은 주말 오후 호텔 바에서 피로연 형식의 웨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례와 예식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2부 예식과 피로연을 따로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호텔 웨딩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도 내년 1월까지 프라임 시간대의 웨딩 예약이 꽉 찼다. 이 호텔 담당자는 “최근 70~80명가량의 손님만 초청해 주례없이 조촐하게 치르고 싶어하는 커플이 많다”며 “해외에 친지들이 있는 국제 커플이나 가족 및 친지만 초청하는 재혼커플 등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겨냥한 웨딩 콘셉트가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가든호텔도 재혼 커플들의 '하우스 가든 웨딩'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혼인 통계에 따르면 이혼 후 재혼하는 남성은 통계청에서 집계하기 시작한 1993년 2만8600건에서 2010년 4만952건으로 4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여성은 2만8237건에서 5만2678건으로 8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혼 커플은 하객이 많지 않은 대신 실속 있는 이벤트를 원하고 있다”며 “호텔식 뷔페를 2만~3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과 복잡한 웨딩홀이 아닌 전문 레스토랑에서 격식 있는 웨딩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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