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추억이다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라면_ 1960~70년대 지방시, 크리스찬 디올 디자인이다. 당시 적당히 파인 보트넥과 심플한 에이 라인. 나는 그런 게 좋다. 내가 오드리 햅번 세대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보통 갑작스런 약속에 대비해 사무실에 늘 두 세 벌의 옷을 비치해 두는데, 그 역시 이같은 디자인의 원피스가 대부분인 것 같다.
나의 베스트 아이템_ 스카프를 가장 좋아한다. 특히 작은 것보다는 큼지막한 숄을 더 선호하는 편. 숄은 작게 접어 가볍게 둘렀다가 다소 쌀쌀할 때는 카디건처럼 펼쳐 몸을 감쌀 수 있어 실용적이다. 몸에 옭죄는 것보다 이렇게 넉넉한 것이 좋다. 스카프는 좋아하는 아이템이고, 가장 까다롭게 고르는 건 구두다. 까다롭다지만 내 구두의 조건은 간단하다. 조금 여성스러우면서 활동에 불편을 주지 않는 낮은 굽, 가능하면 심플한 것을 선택한다. 그러한 디자인은 유행과는 별개여서 어떤 건 20년 가까이 신고 있다.
내게 특별한 이것_ 10여년전, 당시 문화부 장관 내외가 공연을 보러 왔다. 잔뜩 긴장한 내게 장관 부인이 소장하던 손거울을 선물로 내밀었다. 친근한 마음이 느껴져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패션은 추억이다_ 평소 옷을 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대회 참석을 위해, 혹은 공연을 위해 이동하면서 잠깐의 시간이 날 때 쇼핑하는 게 전부다. 이렇게 구입한 아이템들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건 어느 콩쿠르에 갔을 때지. 아, 이건 언제 공연을 갔을 때였지.” 패션은 그 자체로 추억이다.
패션의 기본은_ '때'와 '장소'가 아닐까? 이것을 거스르는 건 용기가 아니다.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목적이 있는지 생각해서 연출할 줄 알아야한다.
관객의 패션에 대해 말하자면_ 적당한 예의가 갖춰지면 더 근사할 것이다. 사실 작은 낮 공연장이야 청바지가 뭐 어떤가. 다만 청바지라도 점잖은 구두를 신었으면 하는 정도다. 큰 공연장은 이브닝드레스가 멋지겠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어색하다. 그래도 옷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적어도 재킷 정도는 갖춰 주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이 공연하는 발레리나가, 성악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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